0. 이를 위해 먼저 윤리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1. 윤리는 사람들이 함께 사회를 바람직하게 운영하려 만든 공동의 합의이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 나, 너, 제3자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원칙적으로 내가 '나'라는 이유로 너, 제3자와 다른 윤리를 부여받는 이기주의적 행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나 나지, 남에게는 그저 남이고 제3자가 보기엔 제3자일 뿐이다.

이걸 용인하면 모두가 '나'일 뿐이라 사회를 이룰 수가 없고,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윤리의 개념은 붕괴된다. 


1-1. 물론 성별, 연령, 소속 집단 등 조건에 따라 사람마다 윤리가 다르게 부여되는 경우도 있다.

(가부장제와 존비어 체계, 외국인의 선거권 유무 등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조건에 따라 윤리에 차등을 두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여기서는 남녀 분업, 권위 존중, 주권국가로서의 정체성)가 수반되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게되면 그 윤리는 몰락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부장제가 퇴색하는데, 그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맞벌이가 필수가 되고 남녀 모두 동등한 교육을 받는 등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여자가 남자와 다르게 대우받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구성원들이 찾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 윤리는 'A는 a 행동을 해야한다/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당위, 즉 강제의 형태로 존재한다. 

단순히 'A는 a를 하는 것이 좋다/괜찮다'는 취향, 미학을 넘어선다. 

A는 무슨 일이 있어도 a 행동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며, 그것을 넘어설 경우 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야 윤리의 원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A에게 '강도질은 안 하는게 좋지만, 해도 뭐라 하지 않겠다'면 윤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강도 문제를 해결하려 만든 것이 윤리인데, 남의 강도질은 규율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3. 이렇게 윤리는 보편적이며, 강제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는 쌍방향적이며, 

서로 특정 행동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강제하며 서로를 규율한다.



4. 문제는 좌파들의 이념에 강제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좌파들은 남에게 강제당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 이들은 윤리적 강제성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직접적이고, 분명한 물리적 피해만 나지 않는다면 무조건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최대한 자기 멋대로 사는 것을 갈망한다. 

그래서 좌파들이 동성애, 혼전 성관계, 비혼, 사회에 대한 반항, 무신론, 히피적인 삶, 심지어 무정부주의까지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리는 위에 말했듯 쌍방향적이다.

내가 남에게 특정한 삶의 양식을 강제할 권리는 물론, 남이 나에게 강제할 권리까지 함축한다.

따라서 좌파들이 윤리를 강조한다면, 내가 남을 윤리의 명분으로 강제하는 동시에 남에게 윤리의 명분으로 강제당하게 된다. 이는 좌파의 이념에 어긋난다.



5.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좌파들이 PC운동에 혈안인데,

PC운동은 지켜야 할 윤리를 양산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채식주의만이 올바른 생각이며, 이에 어긋나는 행동은 잘못되거나 어리석을 뿐이다'

'여자는 약자이므로 남자의 행동에 토를 달아도 되지만 그 반대는 안 된다' 

'백인들은 사회적 특권층이므로 늘 자신의 특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등등...


몇몇은 보편성이라는 윤리의 전제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건 논외로 하자. (사실 PC운동 주장에서 이런 게 많다)

여기 목록들은 특정 집단을 높이 치켜세우거나, 특정 행동을 강제하거나 금지하려는 발상들의 총체이다. 

이런 생각들이 사회에서 활성화된다면, 위에서 말한대로 남은 물론 PC좌파 스스로도 윤리적으로 얽죄여질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몇몇 PC좌파들은 특권계층이라는 의식 때문에 죄책감을 안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PC좌파들도 고통을 겪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PC좌파들이 그렇게 크게 고통받진 않지만, PC운동이 거세지면 좌파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6. 사실 나도 PC운동의 큰 틀엔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PC좌파들은 기존의 사회적 인식으로 소외당하는 소수자들을 위해주는데, 

이들의 소외, 고통은 곰곰히 생각하면 합리화되기 어렵다. 단순한 인습과 편견, 공포에서 기원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에서 말한 사회적으로 폐기되어야 할 윤리들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윤리를 해체하면 될 뿐이다. 


'남자는 남자라서 A를 하고, 여자는 여자라서 B를 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는 그저 있는 척하는 위선자일 뿐이다'

'동성애는 사회기강을 문란시키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무식하고 게으르고 냄새나는 것들이다'


이런 사회적 구습들, 편견들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 수준을 생각하면 이 윤리들만 해체해도 엄청난 개선이 될 것이다.


굳이 윤리들을 새롭게 만들어 억압을 창조하면서까지 PC운동을 할 필요가 있나?

그것보다 훨씬 덜한 강도로, 부작용도 없이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데 말이다.



7. 좌파들이나 PC운동가들은 왜 자신이 좌파적인 이념을 지지하는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야한다. 

원래 의도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기 목적을 손쉽게 이룰 수 있다.


좌파들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의 양산이 아닌, 비합리적인 윤리의 해체이다.



p.s. 글이 좀 부자연스러워서 좀 정리했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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