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으로 세계를 네 단계로 나누기 (+ 이로 본 한국의 사회변화)
위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A나 B 중 하나로만 보는 간극 본능을 가졌기 때문에, 세계를 자꾸 선진국 vs 개발도상국의 구조로만 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지구촌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내부에서도 생활수준의 격차가 크고,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보건, 생활수준 격차는 크게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1인당 소득수준(2011년 달러 기준)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세계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하루 2달러 미만 하루 2~8달러 하루 8~32달러 하루 32달러 이상
약 10억 명 1 약 30억 명 2 약 20억 명 3 약 10억 명 4
절대빈곤층 레벨. 절대빈곤을 막 벗어난 레벨. 중산층 레벨. 선진국 레벨. 5
한국은 역시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4단계에 위치해 있다.
중국은 3단계, 인도는 2단계, 북한은 아시아 꼴찌로서 1단계(....).
다만 4단계에 터키나 러시아가 있는 걸 보니 느슨한 선진국 기준인 듯?
보면 알겠지만 인구규모 어느정도 되면서 선진국인 나라 자체가 드물다.
30-50 클럽이란 말이 낯간지스럽긴 하지만 자랑스러워할 성과이긴 한 듯.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부터 4단계에 있었을까?
https://www.gapminder.org/tools/#$chart-type=bubbles에서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경제발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971년까지는 1단계,
1972년 - 1986년까지는 2단계,
1987년 - 2003년까지는 3단계
2004년부터는 4단계다.
즉 이 지표로 한국은 2004년부터 선진국인 셈.
신기하게도 위 시대별 분류가 한국의 사회상과 꽤 맞아 떨어진다.
일단 한국이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선 1972년엔
계속 올라가던 1인당 칼로리 섭취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안정되기 시작했다.
음식의 질은 몰라도, 양적으로 배고플 무렵은 그 무렵 끝났다는 뜻.
그리고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라갈 1987년엔
다들 알다시피 민주화 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다.
물론 간선제 상황에서 전두환 임기가 끝나가는 데 맞춰 벌어진 운동이니 우연이긴 하다.
하지만 우연이라고만 보기엔 많이 신기하다.
위 각주에서 말했듯 민주화 필요조건이 3단계 이상 생활수준에 해당하는 중산층 형성인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고 3단계에서 4단계로 올라간 2004년, 정확히 2004년은 아니었지만 이 무렵이었다.
스타벅스가 유행하면서 '왜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냐'는 식의 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커피나 몇품 등으로 사치부리는 여자를 일컫는 '된장녀'라는 멸칭이 유행어가 되었다.
생활수준이 선진국에 도달하면서 소비 문화가 발달했는데, 국민 의식은 소비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생긴 촌극이다.
현재는 위와 같은 비아냥이나 조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식의 소비패턴에 익숙해졌고, 소비문화가 더 발달하면서 비싼 커피와 대비되는 싼 커피도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으로 세계를 네 단계로 나누는 건 재미있으면서도 설명력이 높은 좋은 지표인 것 같다.
이런 지표에 근거한 사회분석이 많이 나왔으면.
- 정확히는 8억명. [본문으로]
- 정확히는 37억 명. 반올림하면 40억 명이 되야 하지만, 그러면 10억명 단위로 반올림했을 때 네 단계 합이 80억이 나온다. 사실 현재 인구가 70억을 넘어 80억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세계 인구가 70억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혔다보니 이렇게 냅둔 듯. [본문으로]
- 정확히 20억 명. 10억 명 단위로 할 때와 같다 [본문으로]
- 정확히는 8억 명. [본문으로]
- 선진국 내부에서의 중산층을 생각하면 안 된다. 1단계부터 4단계를 망라하는 지구촌 전체에서의 중산층을 의미한다. 흔히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말하는 '중산층 형성'에서의 중산층은 이런 의미다. [본문으로]
- 원랜 저작권 문제로 저자가 따로 만든 사이트https://www.gapminder.org/에서 퍼오려 했으나, 전세계를 한눈에 보기엔 부적합해서 그냥 책을 촬영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