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단군할아버지는 정말로 부동산 사기를 당했는가?
요즘 단군할아버지는 천연자원도 없고 기후 x같은 땅에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던 우스갯소리가 많이 나돌고 있다.
사실 습한 여름, 미세먼지, 심한 연교차를 생각하면 한국 기후가 좋지만은 않다. 천연자원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단군 부동산 사기설은 그냥 드립에서 끝내야 한다. 진지하게 따지면 골치아프다.
원시시대 북방계 민족의 한반도 이주 경로다.
이 경로대로라면 단군 할아버지도 요동 반도나 만주 지역에서 이주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교차 지도)
연교차의 관점에선 그나마 한반도가 요동/만주보다 비슷하거나 나으며
(강수량 지도)
농업에 중요한 강수량도 한반도가 요동/만주보다 낫다.
미세먼지/황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요동 반도나 만주에 있었던 단군은 기후의 관점에선 한반도로 이주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다.
비교상대가 요동 반도나 만주였기 때문에(...) 한반도가 나은 선택으로 보이는 셈.
한반도보단 일본이 더 좋지 않냐?는 질문도 있을 텐데. 위에서 보듯 연교차, 강수량, 미세먼지/황사는 한국보다 평균적으로 낫지만 대신 태풍과 지진, 화산 문제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리고 일본 여름은 한국보다 더 습해 더 불쾌하다. 일본 기후가 한국보다 나쁘다고 보진 않지만, 무조건 좋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또 천연자원이 없는 게 아쉬울 순 있는데, 사실 과거 강원도의 탄광산업을 시작하면 아주 없진 않다. 수지타산이 현재 맞지 않을 뿐. 그리고 천연자원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며, 오히려 경제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국가를 내전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 자원의 저주, 네덜란드병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1
노르웨이, 미국, 아라비아 석유부국들과 달리,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천연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며 상시적 내전에 시달린다. 한국의 강한 국민국가성을 생각하면 천연자원 많다고 바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꼴 나진 않겠지만, 사우디처럼 제조업/서비스업 발전에 소홀해진다던가 국민에게 지원금을 퍼부어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등 국가운영에 방만해질 위험이 있다. 그 사우디도 최근에야 비전 2030을 내세워 산업기반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반도가 세계 최고의 지리/기후조건을 지닌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단군 부동산 사기드립은 그냥 농담에서 끝내자.
- 네덜란드에서 천연자원이 발견되자, 자국화 가치가 높아져 기존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져버린 현상을 뜻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