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매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서

유월비상 2019. 10. 26. 15:50

너무 진지하고 학술적인 글만 썼으니 일상도 좀 이야기해보자.


얼마 전 칵테일바에 인생 처음으로 들르게 되었다. 인생 처음으로 칵테일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바 분위기가 뭔가 독특해서 흥미로웠다. 소주나 막걸리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달콤한 맛도 그렇고, 은은하게 어두운 조명도 그렇고, 오는 사람들도 흥미로웠는데, 내가 주목한 건 바텐더들이었다. 

이 바엔 바텐더가 여럿 있었는데, 남자 바텐더는 여럿이고 여자 바텐더는 단 한 명이었다. 그런데 남자 바텐더들은 손님들이랑 가볍게라도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 바텐더는 진짜 무뚝뚝하게 일만 했다. 심지어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이. 

왜 그럴까 생각했었는데, 머릿속으로 내린 결론은 씁쓸했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말 걸고 미소 보여주면 작업걸고 말 막하는 진상들 때문에 일부러 저러는 것" 

안 그래도 개별 메뉴판 겉표지에 '바텐더도 사람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하주세요'라는 식의 간곡한 부탁까지 적혀 있었던지라 그렇게 해석이 되었다. 여자가 남자보다 이런 쪽에 더 취약하겠지. 남녀공용 진상짓에 더해서 성희롱이나 작업까지 당할 테니. 

그래서 기분을 살짝 잡쳤다. 그리고 여자 바텐더에게 말 걸 타이밍만 기다렸다가 대화를 나눴는데... 

여자여기서 일하는 게 바텐더 인생 첫 날이었다.


진상짓에 대한 적응 이전에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하니 표정이 저럴 수밖에..  

다행이면서도 뭔가 마음이 허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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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 추측이 맞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그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는 게, '매사에 진지하다'는 지적을 듣는 인간인지라, 그런 지적이 맞는 말이라는 확증만 더 생겨 버렸다. 여성 바텐더의 무뚝뚝한 표정에서 진상 손님 문제를 바로 생각해냈으니 더더욱. 머리속이 착잡하기까지 했었던지라 빼도 박도 못한다.  

매사에 너무 진지한 걸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그러고보니 이 글도 너무 진지빨고 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