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이 일본과 많이 비교되는데,
내가 보기에 한국은 일본보다는 대만이랑 비교돼야 맞다.
정치구조, 역사, 경제구조, 사회문화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 일본보단 대만과 구조적으로 더 유사하다.
일단 내가 아는 것만 말하자면...
- 두 국가 모두 중화인민공화국, 일본에 비해 국가 체급이 작다. 한국의 영토는 일본의 25%, 인구는 40% 수준. 대만의 영토는 일본의 10%, 인구는 20%. 1
- 두 국가 모두 피식민국가였다. 심지어 식민지배의 주체도 일본 제국으로 동일하다.
- 두 국가 모두 분단국가이다. 각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과 맞서고 있으며, 이 맞서는 과정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국가적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 두 국가 모두 가난한 독재국가에서 민주적인 경제 선진국으로 크게 발전하는 데 성공했다. 피식민국 중 이 정도의 눈부신 성과를 거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대만이 유이(唯二)하다.
- 두 국가의 생활수준이 매우 비슷하다. 1인당 GDP(PPP)로 따지면 대만이 한국보다 확실히 높으나, 이는 대만의 세후소득 등을 감안할 때 GDP(PPP)의 한계로 해석하는 게 맞아 보인다. 1인당 명목GDP나 HDI으로 보면 거의 비슷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이 대만보다 조금 높지만, 세계 200개 국가 중에선 정말 비슷한 편이다. 2
- 두 국가 모두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민간영역에 상시적으로 간섭하고 민간을 규율하는 국가자본주의 성향이 강하다. 이는 한국과 대만의 경제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영향을 끼쳤다.
- 둘 모두 동북아시아적 집단주의, 유교문화를 공유하여, 가치관이나 국민성이 매우 유사하다. 일본도 동북아시아적 문화를 공유하나, 지리적/역사적 이유로 동북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만의 고유한 문화가 발달했다. 실제로 Hofstade의 연구에서는 한국인과 제일 비슷한 국민성을 가진 국가가 대만인이라 한다. 전세계 국가별 국민들의 가치관, 세계관을 조사하는 학술적 프로젝트 World Value Survey에서도 한국과 대만은 매우 비슷하게 나타난다. 3 4
- 한국과 대만 모두 식민지배의 연륜(?)이 없고, 성장이 늦다보니 학술이나 사회자본 수준이 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보통 학술과 사회자본 수준이 높아야 제국이 될 수 있고, 식민 지배를 통한 경험으로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편을 듣는다. 저신뢰 사회인 것도 한국과 대만이 비슷하며, 부정부패도 둘 다 선진국 중에서는 심각한 편에 속한다. 5
[2018.09.14 추가] - 그래서 학계의 미국 의존성이 심각하다.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학 대학원생이 많은 편인데, 대만도 인구비례로 보면 비슷하다.
- 인구구조가 한국과 대만이 매우 유사하다. 현재의 출산율이나 노인인구 비중, 중위연령도 비슷하고, 미래 추계로도 인구 정점, 미래의 노인 인구 비중 등이 상당히 흡사하게 나타난다. 인구구조의 면에서 일본이 한국의 미래라면 대만은 한국의 거울이다.
- 분단이라는 안보적 상황으로 오랫동안 징병제가 유지되어왔다. 한국이야 다들 아는 대로고, 대만은 2018년에 완전 폐지했지만 꽤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다. 집단주의적이며 국가주의적 교육을 통해 군 입대가 당연시되었기 때문에 군대가 개인의 삶,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컸다. 복무기간도 긴 데다 병역을 회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두 국가 모두 타 징병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같은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가 존재했다. 심지어 병영부조리나 가혹행위, 군 의문사 등 군대문화의 병폐가 심각했다는 것도 비슷하다고 한다. 6
[2018.09.14 추가]
- 국가원수 두 명이 재판을 받거나 수감 중이다. 민주화 이후만 보면 한국은 이명박, 박근혜가 대만은 천슈이벤과 마잉주가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두 명 모두 2018년 9월 14일 기준으로 전임과 전전임이라는 것까지 똑같다!!
[2018.09.14 추가]
- 구직난이 심각하며, 두 나라의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각각 4%, 10-12% 남짓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다른 동북아시아 선진국 일본과는 대조된다. 7
[2018.09.14 추가]
- 두 국가 모두 번체자를 쓴다. (비밀댓글 제보)
등등...
대만은 정말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나라다.
그래서 대만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등을 공부하려 하는데 자료 찾기가 쉽지 않다.
대만은 국제적 분쟁지역이고 하필 세계 강대국 중화인민공화국(...)과 맞대고 있다보니, 왠만해선 양안관계의 틀 속에서 접근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한반도라는 세계적인 분쟁지역에 있지만, 한반도 분쟁과 관련없는 한국 자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것과 대조된다.
또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로 인해 국제적으로 국가 취급도 못 받다보니, 각종 국제적인 통계나 지표에서 자료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다음 달에 대만으로 여행가는데, 대만에 대한 이해는 거기에서 시작해도 될까나. 대만에서 사는 것과 대만을 여행하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건 유념해야겠지만.
- 중국이라고 쓰면 대만의 정식명칭 중화민국과 구분하기 어려워서, 원래 정식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쓴다. [본문으로]
- Human Development Index. 1인당 GDP, 평균 수명, 평균 교육기간을 지표화해 측정하는, 개인의 후생수준을 나타내는 공신력 있는 지표이다. [본문으로]
- https://blog.naver.com/hong8706/40202778574 참고. [본문으로]
- http://www.worldvaluessurvey.org/images/Culture_Map_2017_conclusive.png 참고. 가로축은 물질주의적 가치관(좌측) 대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우측)이다.세로축은 전통-종교적 가치관(하측) 대 세속-근대적 가치관 (상측) 가리킨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한국과 대만은 서로 딱 붙어 있는 수준이다. 두 국가 모두 세속-근대적이며,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이 강하게 나타난다. [본문으로]
- 엄밀히 말하면 대만의 신뢰/청렴도수준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다고 한다. [본문으로]
- 사실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한국인들이 당연시하지만, 국제적으로는 ILO 협약 29조에서 말하는 강제노동에 해당된다. 개인에 군사 업무와 무관한 분야에 의무를 부여하는 행위는 강제노동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최근까지 유지해온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과 대만(올해부터 폐지)가 유이하다. 이런 면에서 한국과 대만 징병제의 독특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
- 한국은 http://hankookilbo.com/v/ce8756fc79a44fdba82290683ec9e3cd 참고. 대만은 http://shindonga.donga.com/3/home/13/1357496/1 참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