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슬림도 서구사회처럼 극단화될까? - 한 무슬림 이맘과의 인터뷰를 보면서.
아래 링크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주화 이맘과의 인터뷰다.
서구사회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극단화된다는 이야기가 많은지라, 한국의 무슬림들은 어떨지 평소에 궁금했었다. 그래서 한번 읽어봤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1810100052&page=1
눈여겨볼 만한 부분만 인용해보자면,
― 대학에서는 무슨 공부를 했습니까.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국립이슬람대학교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신학을 전공했습니다.”
=> 꼴통스런 와하비즘의 본산지고, 해외에 지하디스트를 수출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우디에서 수학했다고? 이거 좀 걱정되긴 하는데... 사우디가 이슬람의 발원지이자 두 성지의 수호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극단적인 종교인들이 한국에 들어올수도 있겠다 싶다.
― 이슬람 샤리아법과 국가의 실정법(實定法) 가운데는 어떤 것이 우선합니까.
이주화 이맘은 “이건 정말 오해 없게 잘 써주셔야 하는데…”라면서 곤혹스러운 빛을 띠었다.
“무슬림 개개인은 샤리아법을 우선적으로 따라야겠지요. 하지만 이는 ‘도덕법’으로서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주화 이맘은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샤리아법정이 인정되고 있고, 샤리아법이 실정법에 우선한다”면서 “우리는 그런 걸 바랄 수는 없고, 국가의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무슬림은 샤리아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샤리아법정이 인정되고, 그럴 정도로 이슬람 세력이 강해진 영국을 부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 일단은 실정법을 존중한다니 다행이긴 한데, 말의 뉘앙스를 보니 장기적으로 샤리아가 도입되길 바라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살짝 든다. 삐딱하게 생각하자면, 지금 샤리아를 요구했다간 사회에서 매장당할 기세라 입 닫는 거고, 무슬림들의 수가 많아져 세력이 형성되면 그때 요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그나저나 영국에선 샤리아법정이 따로 존재하는구나. 저 정도면 이슬람 이민자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을 듯.
― 무함마드 만평사건, 샤를리 에브도 사건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종교와 자유의 문제, 그런 것인 것 같은데…. 자유가 사회악(社會惡)을 초래한다면, 그런 자유가 마냥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 표현의 자유가 선을 넘어선다면 비판은 피할 수 없지만, 표현 내용을 비판하는 것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물론 종교인 입장에서는 신성모독적인 내용이 불쾌할 수 있겠고, 신성모독적인 언행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 어리석고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그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고 하면 반대다. 저 표현만으론 의견을 단정하기 힘드니 넘어가겠지만.
그리고 샤를리 에브도 사건은 사람들이 열몇명씩 죽어간 대형참사다. 신성모독을 이유로 피해자를 죽인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신성모독적인 표현을 한 것보다 훨씬 큰 문제다. 그 부분은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아쉽다.
― IS(이슬람국가)나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슬림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모두 정당성을 가지고 있고, 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해진다고 해도 그런 만행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등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 고유한 목적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코란》에도 ‘만일 누군가 지상에서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는 (선량한)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살해한 것과 같은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한 사람을 구한다면 그것은 인류 전체를 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제5장 32절)’ ‘정당한 이유 없이 하나님께서 금하신 살인을 하지 말라(제17장 33절)’라고 나와 있습니다.”
=>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구나. 다행.
원래 이주화 이맘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을 때에는 이슬람과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있는 인터뷰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주화 이맘은 ‘교과서적 답변’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슬람 원리주의 내지 극단주의와 관련된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터키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다행히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당선되어서…”라고 한 것이나, 그의 책 《이슬람과 꾸란》에 나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에 대해 “미군과 연합군의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도발 행위는… 재래식 무기로 대항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적할 수 없는 엄청난 횡포와 테러 행위에도 불구하고…”라는 대목에서, 무슬림으로서 오늘날의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 이슬람 사회들은 전반적으로 반미/반서방 성향이 강한데, 그 성향이 그대로 보이는 듯? 반미/반서방 성향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약간 진영논리처럼 느껴지긴 하다. 이라크 침공이야 명백한 미국의 실수였으니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반미 원리주의 탈레반에 신음하던 아프간 침공까지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도발 행위로 비판하는 건 지나치지 않나. 그리고 이슬람주의 성향에다 독재를 강화하는 에르도안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좀. 옛날에 반미 유행했을 때 흔히 보이던 레파토리라 이 사람만 탓할 순 없긴 한데...
만약 이 사람이 종교인으로서 한국인 무슬림을 대변한다면, 한국의 무슬림들은 지금은 큰 문제 없지만 잘못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표현의 자유, 종교 율법 도입 문제에선 확실히 사회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무슬림들은 다른 한국인들과 무시못할 사고관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그게 저 이맘 잘못만은 아니다. 우리가 이슬람 사회와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소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관의 차이는 확실히 있으며, 자칫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무슬림들이 비무슬림과 함께 한국에서 화합하며 지내는 첫 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