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인권 후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최소 10년간은 그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국내외적 배경을 설명하자면.....
1. 경기불황과 불평등. 민심이 흉포해져서 극단적인 발상들이 인기를 끌기 쉬워졌다.
2. 인권을 앞세운 서구사회의 상대적 몰락. EU는 붕괴를 걱정해야 할 참이고, 미국은 고립주의 노선을 타고 있다. 그 상태에서, 인권을 내세우지 않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상대적으로 부상했다. 타 국가들이 이를 인권이 주도하는 세계의 몰락으로 생각해도 할 말이 없다.
3. 세계화 시대와 인터넷의 부작용.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며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근데 그 과정에서 '세계화로 우리 자랑스러운 문화나 가치관이 멸종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를 수호하고 타 문화를 배척하자는 정서가 커지는데, 그 과정에서 종교 극단주의, 동성애 혐오, 여성 차별, 권위주의와 같은 '인권 후퇴를 불러올' 문화들까지 우리 것이라며 부각되고 재평가되기 시작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군중심리와 부족주의를 자극하여 이를 보다 용이하게 한다.
4. 유명무실한 국제사회. 중국이나 미얀마, 시리아 등의 명백한 인권 유린에도 무기력한 UN을 보라. 인권을 지키려는 착한 국가라면 모를까 나쁜 국가들이 인권은 개나 줘버리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미국이 고립주의 노선을 타면서 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5. 인권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 한 예로, 유럽 선진국들은 인권을 지킨답시고 이주민을 무작정 받아들이고 시민권을 적용했다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보통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보통 1만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큰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본다. 인권의 후퇴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생기는 문제이다.
어쨌든, 이래서야 인권을 지킨다는 게 손해라는 인식만 생긴다. 이런 불안한 잠재성은 국내외 여러 민족주의, 포퓰리즘 운동이 부상하면서 표면 위에 드러나고 있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인권이 열악해지진 않을 것이다. 인권의 몇몇 부분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다. 점점 많은 국가들이(아직은 절대다수가 서구 선진국이지만)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으며, 사우디조차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운전을 허용하며, 여성할례 실시율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인권 개념은 세계 많은 국가에서 깊게 뿌리박혔기에, 인권이 아주 심하게 망가지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권이 나빠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이민자의 지위는 약화될 것이며, 몇몇 국가들은 민주정에서 독재정치로 후퇴할 것이며,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지역 몇 군데는 전쟁에 휩싸일 것이다. 또 문화적 정체성을 명목으로 문화적인 악폐습이 더 강해지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새해부터 뭔 우울한 예측인가 싶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상 거기에 맞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국가 단위로, 개인 단위로 각자도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근래 몇년 새 인권을 중시하는 좌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그들의 주장이 맞냐 틀리냐는 둘째치고, 그저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만 들 뿐.
인권에 관심 가지자마자 인권이 후퇴하는 꼴을 봐야 한다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