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이야기/단순한 사변

평화의 문제와 소름끼치는 미래 예언

유월비상 2019. 2. 14. 22:31

 국내의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비극적 역사에 대한 기억이 없는, 따라서 지혜가 부족한 지도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지도자들이 역사적 경험 부족을 진지한 독서로 메울 것 같지도 않다. 오락과 편리성을 숭배하는 장기간의 평화는 갈수록 천박한 지도자들을 배출할 것이다. 대중사회인[각주:1]은 지배하는 동시에 지배를 받을 것이다. 이런 어린애 같은 지도자들은 지혜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풍토 때문에 지혜로운 보좌관을 곁에 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장차 평화시의 지도자들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과학의 사제단'을 위시한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들일 것이다. 그들은 난해한 특수분야 논문이나 전문용어에는 익숙하지만 위대한 철학들에는 문외한들이다. 미국의 국내적 평화가 60년쯤 계속된 후 젊은 백악관 보좌관들의 사고방식이 어떨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평화가 60년간은 지속된다 해도 61년째에는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천박한 지도자와 보좌관들은 지혜와 경험의 부족으로 결국 끔찍한 계산 착오를 범해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다. 20세기 초의 역사적 경험은 이런 비극적 역사의 자기수정 사이클이 여전히 작동중임을 보여준다. 나폴레옹 전쟁 후 수십 년간 지속된 유럽의 평화는 과거에 대한 비극적 감각이 결여된 통치자들을 낳았고, 그들은 결국 휘청거리며 제1차 세계대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 로버트 카플란, 『무정부시대가 오는가』, 장병걸 역, 코기토, 2000/2001[각주:2], p.194-195. 





첫째문단은 완전히 현실화됐고, 둘째문단이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인데... 제발 둘째문단처럼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19년 전 나온 책인데도, 현 시대를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 있게 서술하는 책이라 더 불안해진다. 


책 읽다 이렇게까지 소름끼친 건 오랫만이다.

  1. 개성을 잃고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사람. [본문으로]
  2. 현지 출판 기준. 한국어판 출판은 2001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