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이야기/단순한 사변

의도치 않게 국뽕맞는 구절

유월비상 2019. 2. 19. 22:50

 사실 미국이 21세기에도 현재와 똑같은 형태로 존속할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은 다민족 사회이기 때문에 독일과 일본처럼 보다 동질적인 사회에 비해 깨지기가 쉽다. 1992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된 제임스 커스의 글에 따르면, 민족국가 사회는 대규모 징병제도에 의한 군대와 표준화된 공립학교 제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다문화적 국가체제'는 전적으로 지원병에 의존하고 첨단기술을 갖춘 군대를(나는 경쟁관계에 있는 가치관을 가르치는 사립학교들도 포함시키고 있다) 특징으로 한다. 그런 다문화적 국가체제는 국제언론매체와 오락산업이 '국내 정치세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문화 속에서 작동한다. 바꿔 말하자면 민족국가란 모든 구성원이 비슷한 노선에 따라 교육받고, 국민이 지도자를 본받으려 하며, 모든 구성원(최소한 모든 남성)이 혹독한 군복무를 체험하는 공간, 그럼으로써 애국심 고취가 쉽게 되도록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 로버트 카플란, 『무정부시대가 오는가』, 장병걸 역, 코키토, 2001, p.72-73.


 구절 자체는 민족국가와 다문화국가를 대조하는 부분이지만, 민족국가를 설명한 구절을 보니 너무 한국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 아마 한국처럼 위 구절들을 적확히 맞추는 나라를 찾기 힘들지 않을까.


1) 민족국가 ->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동질적인 인구구성을 가진 나라다.

2) 엄격한 징병제 -> 기형적인 수준이라 문제가 될 정도.

3) 지도자를 본받고자 하는 마음 -> 가부장적인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박정희적인 마인드는 적어도 기성세대엔 강하다. 

4) 표준화된 공립학교 ->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예전부터 어렴풋이 생각하던 내용인데, 

한국은 피식민 국가 중 민족국가로서 제일 성공한 케이스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문제라면 저출산 고령화와 이민, 징병제와 과도한 입시교육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이런 체제가 지속되기 힘들어보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