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민 발생국의 인권 탄압을 결과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인종, 국적, 종교, 정치 등 정체성으로 인한 억압과 차별이 난민 신청의 합법적 사유가 된다면, 난민 발생국 정부는 "꼬우면 난민 되서 나라를 떠라"라는 식으로 특정 집단 탄압을 정당화할 수 있다. 특정 집단을 무조건적으로 탄압하는 건 정부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난민을 아예 안 받아준다면 탄압당하는 집단이 집단적인 저항을 하는 등 정부도 무시 못하게 만들 방법이 얼마든지 있고, 탄압 문제를 강제로 해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난민 선택지가 있는 이상 편하게 나라를 뜰 사람이 많고 정부도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원할 것이다. 그리고 난민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는 해결되지 않겠지.
2. 인재 유출은 난민 발생국의 장기적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타국 난민을 받아들이는 건 해당국의 인구를 줄이고 고급 인재를 유출시킨다. 난민이 발생할 수준의 국가는 인적자원이 이미 열악한 경우가 많아, 향후 국가 재건 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나라가 이 문제로 고통받는 건 자업자득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한동안 이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게 옳은 일일까?
한 예로, 2010년대 지구촌 최악의 비극인 시리아 내전은 인구 1/4을 해외로 유출시켰고, 이들 중엔 중산층이나 고급 인력들이 많다. 그들이 내전 종식되고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향후 시리아 재건에 장애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만약 한국전쟁 때 한국 난민이 1/4, 즉 500만명 발생해 그만큼이 타국으로 빠져나갔다면 한국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적어도 한국전쟁 난민 절대다수는 국내 이동이었다. 중북부 지방에서 부산 피난촌까지 가는 식으로.
3. 국제사회에서 난민이 무기화될 수 있다.
국가는 타국 난민을 수용하는 대신 국제사회에 여러 조건을 내걸고 '안 지키면 난민을 당신 국가로 보내겠다'며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또 다른 나라로 대규모 난민을 유인하거나, 정보전을 통해 타국의 난민과 자국민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등 타국의 사회 혼란을 유도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시리아 난민 사태 속에서 터키와 러시아가 유럽에 이런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이렇게 난민 제도의 본래 취지를 악용하고 훼손하는 악행들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타국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유야 많이 언급된 듯 한데, 난민 제도 자체의 문제나 결함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어서 여기에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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