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한국인과 한국이 문제가 많았다고 (어글리 코리안, 해외진출한 한국기업의 횡포, 코피노 문제, 베트남에서의 전쟁범죄 등)생각하기 십상일 텐데, 내가 반한감정이 나올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영향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한국제 상품, K-pop 등을 통해 한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많이 커졌다고 느끼는 한국인들이 많아진 듯 하다. 적어도 예전처럼 '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남북한 구분 못 한다'는 식의 푸념은 많이 사라졌다. 근래의 한국 경제의 부진과 인구구조 문제를 생각하면 이 영향력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10년은 갈 것 같으니(설령 내부적으로 쇠퇴하더라도 외부에서 알아차리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한국의 영향력이 당분간은 유지될 거라 가정하자.

어느 나라든 유명해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당연하지만 반발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이유는 다양하더라도 실제로 이게 본격화되는 건 해당국이 세계적으로 커질 때다. 아랍/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반미감정, 한국과 중국의 반일감정, 몇몇 구 소련 국가의 반러감정, 좌파 반식민주의자들의 반미/프랑스/반영감정, 일본 극우들의 반한감정을 생각해 보자. 반감의 대상이 된 미국, 일본, 소련-러시아, 프랑스, 영국, 한국 모두 한때나마 전세계적인 무시못할 권력을 가진 국가들이다. 적어도 저런 감정이 거세지거나, 감정에 근거가 된 역사적인 경험이 있었을 땐 그랬다. 만약 이 국가들이 힘이 약했다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들 일이 있었을까? 존재감도 없고 직접적 피해(라 생각되는 일들)를 벌일 권력도 없으니 욕할 건덕지도 없을 텐데. 인기있는 연예인은 나라 전체에 온갖 가십거리가 되지만 일반인은 그러지 않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의 자국에 대한 반감을 무조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국이 세계적인 반감을 불러을으킬 존재감과 국력을 갖췄다는 방증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왜 자국이 전세계적인 반감을 불러일으켰나다. 좀 나눠서 생각해 보자면... 


1. 단순히 자국에 질투가 나거나 자국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건드려서 그럴 수도 있다. 인기있는 연예인들이 온갖 가십거리와 루머에 시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 한국 문화컨텐츠의 일본에 대한 열폭과 현재 일본 극우들의 한국에 대한 열폭이 이와 비슷하다. 

이건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 한 웃고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진지빨고 대응하면 서로의 감정만 상한다.  


2. 자국이 반감정이 있는 나라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있다. 예를 들어 K-pop이 남자들을 사나이답지 못하게 만든다/게이같이 만든다는 반감이 그 예다.[각주:1] 좀 옛날 일이지만, 미국이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자국의 전통적 가치를 붕괴시키려 든다던 비서구의 선전선동도 비슷한 사례다. 

이것도 1과 비슷하다. 심각해지지만 않는다면 문화 차이로 보고 웃고 넘기자. 


3. 정말로 문제되는 영향력을 행사해서 생긴 반감정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타국에서 가혹한 노동조건을 요구한다던가, 베트남전 참전 당시 한국군의 전쟁범죄가 있었다던가 하는 것들. 타국 사례를 들자면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만행을 방조한다며 반발하는 이슬람권의 태도나, 일본의 식민지배 피해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중국의 태도가 있다. 

진짜 심각하게 여겨져야 할 반한감정이다. 그나마 한국은 식민주의의 가해자가 아니었고 국력의 부상은 최근이기 때문에 묻고 따질 만행들의 껀수가 적긴 하지만, 이 문제 해결에 실패한다면 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러시아, 일본이 가졌던 수준의 전세계적인 반감정에 맞닥드리게 가능성도 약하게나마 있다. 

물론 받아들이기 힘들고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동남아에서 고임금을 주는데도 동남아 현지 기업들은 책임에서 빠지고 자기만 욕 먹는다던가[각주:2], 무조건적인 인권 외교를 들먹여서 잠재력 있는 독재국가와의 교류 자체를 금기시하려 든다던가... 그 부분은 그냥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판을 한 귀로 흘리면 곤란하다. 최소한 문제 자체는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자. 큰 권한엔 큰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제국을 경영한 경험이 없고,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쳐본 게 최근이었던 한국인들에게 세계적인 반한감정은 익숙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영향력이 많이 커진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위에서 길게 서술했듯 반한감정은 국력이 커진다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고. 그러니 우리는 반한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계획해야 한다. 진정으로 책임감 있는 오래가는 강대국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1. 한국이 동성애자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은 다른 지역들처럼 '게이 같다고 여겨질' 스테레오타입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끼리 친하게 지낸다던가 꾸민다던가 하는 타 국가에선 게이같아보이는 행동도 한국인들 서슴지 않는다. [본문으로]
  2. 사실 저소득국에서 노동 착취를 자행한다면서 국제적으로 욕 먹는 대기업들은, 해당국가 기업에 비해 임금을 많이 주는 편이라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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