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scha Mounk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연구하는 미국의 정치학자가 있다.
내 블로그 글(http://philomenabin.tistory.com/29)에도 그 사람 글을 인용했다.
그 사람이 트위터에서 미국 정치적 올바름(PC) 현상에 대해 재미있게 분석했기에 내용을 정리해본다.
실제로 이 사람은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PC운동 등 정체성 정치를 비판한 바 있기에 중요한 내용이다.
출처는 https://twitter.com/Yascha_Mounk/status/1050032698755112961 타래글 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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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 속에서 미국의 깊은 문화적 대립은
깨어있는 집단(저연령,여성,비백인) vs 분노한 집단(고령,남성,백인) 구도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거의 틀렸다.
한 최신 연구에서 미국인들은 다음과 같은 7가지 집단으로 분류된다.
1. 급진 활동가(progressive activists)
2. 전통적 진보(traditional liberals)
3. 수동적 진보(passive liberals)
4. 정치적 무당파(politically disengaged)
5. 중도(moderates)
6. 전통적 보수(traditional conservatives)
7. 헌신적 보수(devoted conservatives)
6과 7은 미국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1은 평균적 미국인보다 더더욱 벗어나 있다.
나머지 부류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며 '지친 다수'를 이룬다.
실제로 미국인들 절대다수는 PC운동에 대해 한 입을 연다.
미국인들의 무려 80%, 5명 중 4명이 'PC가 이 나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응답에서 연령별, 인종적인 차이가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연령별 차이.
의외로 연령별로 여론의 차이가 별로 없으며, 모든 연령에서 70% 이상이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제일 젊은 18-23세는 그 다음으로 젊은 24-29세보다 더 정치적 올바름에 더 적대적이다!
정치적 올바름 문제를 가지고 "요즘 노인네들은 정말~" "요즘 어린 것들이 말이야~"라고 담론을 만들어봤자
먹히지 않는다.
인종별 차이.
더 신기하게도, 인종 간 여론 차이가 작으며, 모든 인종에서 70% 이상이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백인은 정치적 올바름에 있어 피해자인데도, 정치적 올바름에 있어 타 인종에 비해 우호적인 편이다.
심지어 정치적 올바름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흑인도 75%, 4분의 3 가량이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고 본다.
백인이라서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한다/흑인이라 정치적 올바름에 찬성한다?
통계는 둘 다 헛소리임을 증명할 뿐이다.
그나마 PC에 대한 평가와 관련성이 큰 건 학력수준과 재산이었다.
고졸은 87%가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 보는데, 대학원졸은 66%만(?) 그렇게 생각한다.
사진엔 없지만, 1년에 5만 달러 미만을 버는 사람은 83%가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 보는데,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은 70%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매우 높은 비율이 정치적 올바름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온다.
어떤 변수로 정렬해도 모든 집단에서 과반수가 정치적 올바름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하는가?
바로 위에서 말한 1번, 급진적 활동가(progressive activists)이다.
이들의 특징은...
- 전체 인구의 8%를 차지하며,
-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을 벌 확률이 일반인의 2배이며,
- 대학원졸일 확률이 일반인의 3배이며,
- 오로지 3%만 흑인이다.
- 7번인 헌신적 보수 집단 다음으로 인종적으로 다양하지 않은 집단이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생각할 때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떠올리기 위해, 40세 미국 원주민 남성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일어날 때마다 무언가 바뀐 느낌이다. Jew인가 아니면 Jewish인가? Black인가 아니면 African-American인가? 1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무섭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나 폭스 뉴스처럼 혐오발언(hate speech)을 하기 위한 핑계로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는 보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혐오발언에 부정적이다. 82%의 미국인이 혐오발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PC에 부정적인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racist)로 몰아가지 말자.
미국인들 대부분은 PC가 인종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두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첫째로, 대화 규범이 사회적 분별의 기호로써 사용되고 있다. 동료 시민들의 대다수가 PC를 사회 정의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문화적 우월감에 젖어 우쭐거리면서 과시하는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한 여성의 증언을 참고하자면,
57세 미시시피 여성이 털어놓기를, "당신이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그저 옳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특정 대상에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 대상을 차별하는 것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현재 뭐라 부르는지를 알고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저 모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를 때 당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됩니다.
둘째로, 우리의 동료 시민들의 관점과, 대다수가 좌파인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엘리트들이 정치적 현실을 이해하는 관점엔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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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분석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다면.
1. PC에 대한 불신은 만인공통 수준이다.
1-1. 심지어 PC의 수혜자인 흑인, 유색인종 심지어 원주민들도 PC에 부정적이다.
2. 단순히 PC하지 않게 말했다고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은 피해야 할 행동이다. 심지어 위에 인용문에서 보았듯 미국 원주민과 여성조차 이런 행태에 불편함을 표한다.
PC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도 정말 몰라서 PC하지 않게 말했을 수도 있다. 남을 함부로 몰아세우지 말자.
3. 좌파 급진주의자들은 보면 볼수록 정말 답이 없다.
3-1. 고학력이고 부유할수록 PC에 긍정적이라... 괜히 요즘 좌파들이 고학력 중산층 위주라고 욕먹는 게 아니다.
3-2. 그렇게 인종차별 반대하는 주제에 지들 집단은 백인들 투성이라니.
p.s. 궁금해서 이 타래글에 답글 달린 걸 보자하니,
"정치적 올바름에 부정적으로 여론이 나온 건, 그저 단어의 문제입니다. 이 용어를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점잖게(polite) 말하기/소외된 집단(marginalized group)과 일반인 간의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기 등으로 고쳐서 설문해보세요"
이런식의 답변들이 참 많이 보였다.
..... 얘네들은 대체 트럼프 당선되고 지금까지 뭘 배운건지 궁금하다.
좌파들이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한 트럼프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 전자는 유대인을, 후자는 흑인을 일컫는 두 표현이다. 뉘앙스를 1:1로 번역하는게 힘들어 영어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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