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논쟁에서 개인주의 편이다. 집단주의가 개인을 억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일부 존중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깊게 뿌리박힌 네트워크적인 삶은 서로를 피곤하게 하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불러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인주의를 자처하는 이들은 왜 한국인이 집단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하며, 집단주의를 단순히 '개인보다 집단 중시한다' 같이 윤리적인, 사회철학적인 수준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문제는 윤리, 사회철학의 수준을 넘어선다. 집단주의적인 한국인과 개인주의적인 서양인들의 차이는 근본적인 인식론적 세계관의 차이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여러 사고의 근원이 되는 기초적 사고방식 자체가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과 서양인들의 윤리나 사회철학도 거기서 파생되어 달라지게 되었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테니, 자세한 내용은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7863를 보라고만 하겠다. 

여기선 위 글에 나온 한 유명한 사례만 들어보자.






"당신은 닭, 소, 풀 중에서 두 개를 묶으라 하면 어떻게 묶으시겠습니까?"



여기서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소와 풀을,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닭과 소를 하나로 묶는다. 

동양인들은 소가 풀을 먹는다는 '관계, 맥락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서양인들은 닭과 소는 같은 동물이라는 '범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는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에서 나온 유명한 실험이다. 간단한 일 하나에도 드러낫듯 서양인과 동양인은 기초적인 인식 방식 자체에 차이가 있다. 그러니 도덕, 윤리, 철학은 얼마나 다를까?


한국의 개인주의자들은 위 책 『생각의 지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집단주의가 왜 못마땅한지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일단 집단주의적 가치관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가이드라인을 잡는 데 매우 좋은 논점을 제공할 것이다. 



+ (정정) 실수로 닭을 양으로 써서 수정했습니다. 글을 먼저 쓰고 사진을 나중에 쓰다보니 이런 황당한 실수가..;;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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