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연속으로 미세먼지가 나쁨/매우 나쁨을 기록한 기념으로 썼다.

한국에 미세먼지가 정말 심해졌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은 있으나, 적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미세먼지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보통 언급되는 책임은 이 두 국가다.
1. 한국
2. 중국
실제로 논쟁도 1,2 사이에서 제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니, 이 둘 말곤 미세먼지 논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개인적으론 이 두 요인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전문가들을 포함해 이미 많은 사람이 숟가락 얹은 주제고, 쓸데없이 감정적으로 과열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다. 1,2간 논쟁만 봐온 사람들은 의외라 여길지도 모르는 책임대상들이 바로 그것이다.

3. 제3의 국가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 싶은 국가는 북한이다. 실제로 한 저명한 연구에선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발 52%, 중국발 34%, 북한발 9%라 분석했다. 물론 북한은 한국과 중국보다는 훨씬 작은 비중을 차지하나, 북한발 요인도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해야한다.

굳이 북한 문제를 언급한 건, 북한발 미세먼지 문제는 향후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북한이 비핵화에 성공하고 중국, 베트남의 길을 걸어 산업화에 들어설 경우, 북한은 현대 중국이 그래온 것처럼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물론 현재 북한의 미세먼지는 극단적 빈곤으로 인한 낙후된 난방시설, 삼림 파괴 등이 큰 요인이기 때문에, 산업화되면서 이 문제들은 개선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확신까진 못하겠다.

이 시나리오에선 밑에서 말할 풍속, 풍향이 어떤지가 북한발의 비중을 결정할 핵심이 될 것이다.


4. 그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요인
뭔 뚱단지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책임자를 지목해보라 하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온난한 날씨, 풍속 감소로 인한 정체된 대기, 비 안 오는 건조한 날씨는 봄겨울의 미세먼지를 심하게 하는데, 현재 기후변화로 세 현상 모두 발생하고 있다. 경험으로 다들 암묵적으로나마 아는 사실이지만, 최근 사회문제화된 미세먼지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듯.

실제로 네이쳐지에 실린 한 연구에선 한국의 최근 몇 년간의 대기질 악화는 풍속이 낮아져 공기가 정체됐기 때문이라면서, 풍속만 낮아지지 않았더라도 대기질은 과거에 그랬듯이 계속 개선됐을 것이라 한다.

만약 이 기후변화 요인이 크다면 미세먼지 해결은 매우 골치아파진다. 글로벌화와 산업화로 전세계가 모두 책임이 있는 문제를 일개 중견국가 한국이 어떻게 해결을 이끌 것인가? 당장 세계 최강국 미국만 해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간이 대통령이랍시고 날뛰고 있는데.


미세먼지 문제는 정말 많은 게 꼬인 문제 같다. 1과 2는 대중적 인식이나마 있고,  확실한 책임대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나 국제적 협조만 있으면 그나마 해결이 가능하다. 사실 이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나마 쉬운 문제다. 그러나 3,4는 대중적 인식조차 없고 인식이 있다 해도 어디서부터 건드려야할지 모르는 문제라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냥 저 미세먼지들을 들이마시는 방법밖엔 없는 걸까.
갑자기 좀 우울해진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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