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역설적이지만 여성 위상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전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이제 왠만한 국가들은 여성들도 선거권/피선거권이 있으며, 여성들도 남자만큼 교육을 받으며[각주:1], 여성들도 이제는 법률상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접받으며, 유리천장을 부수고 고위직에 올라간 여성 사례들은 계속 나오는 중이다. 

오히려 법과 제도로만 보면, 남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징병제, 여성 할당제로 인해 여자들이 유리한 면도 있다.


물론 아직도 여성들이 겪는 불이익은 많다. 

성차별적인 가치관 속에서 여성들은 위축되기 십상이며, 

출산과 육아, 가사로 인해 여성들은 직장에서 남성들보다 뒤쳐지게 된다. 

성범죄는 만연해서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갖는다.




문제는 이 불이익이 벌어지는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거다. 



과거의 여성운동은 법, 제도와 같은 '권리'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다. 


남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 

남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도. 

남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본권.

말하자면 '기회의 평등'이다. 

이는 정치사상과 관련된 추상적 문제라서 상대적으로 풀기가 쉬웠다.

여자들이 투표권을 얻는다고 특정 계층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진 않으니까. 

있어봤자 "여자들이 감히 정치에 참여하다니! 말세다!"는 꼰대들의 불평 정도? ㅎㅎ



그런데 여성운동의 성공으로, 위 권리 관련 문제들이 다 해결되었다. 

페미니즘이 해결할 문제는 이제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이다.


남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임금.

남자와 동일한 치안 수준. 

남자와 동일한 수준의 정치적, 경제적 참여율.



그런데 이는 기회의 평등보다 풀기 훨씬 더 어렵다. 왜나하면 실질적인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남자처럼 투표권을 얻는다고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고위공직 자리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면, 

남성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물러난다는 불이익이 가해진다. 

남녀임금격차를 해결하려 정부가 여성에게 일정의 보조금을 준다면, 

그 액수만큼의 부담은 사회 전체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남자 대 여자, 효율 대 형평의 대립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대립구도는 기득권과 사익이 걸린 문제라 쉽게 풀 수 없다.  

누구한테나 밥그릇은 절박한 문제니.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야 할 정도다. 

독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간 거센 반발만 불러올 것이다.  


사회가 성평등해지면서 사회문화적인 성차가 줄어들면서 드러나는 본성적인 남녀차이[각주:2]

사회문화의 상대적으로 느린 변화속도, 여성위상의 향상으로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줄어드는 현상 등으로 

페미니즘의 향후 전망은 이미 어두웠다. 

적어도 옛날만큼 극적인 변화는 불러오기 힘들어 보였다.  

현재의 남녀대립구도는 이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그렇게 페미니즘은 목표 성취가 몇 배로 어려워졌고, 

이미 여성위상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성취할 것도 많이 남지 않게 되었다.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겪는 불이익이 줄어들고, 여성 위상을 올리기는 더 힘들어지면서,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거나 페미니즘 활동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들게 되었다.


생각해 보자.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내 남은 인생과 가치관을 결정한다는 중대한 의미이다.

패션처럼 페미니즘을 걸친 얼치기가 아닌 이상, 크게 고민한 다음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페미니즘에서 활동한다는 건 관련단체에 후원하고, 강연도 듣고, 시위에도 나가는 등 

많은 금전적 비용, 여유시간 사용,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는 일이다. 

어지간히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위상이 좋아졌다면? 

그냥 집에서 편히 인생을 영위하지 뭐하러 인생 낭비해서 페미니즘 운동을 하겠는가? 

지금도 아주 나쁘진 않게 살아가고, 

힘들게 페미니즘 운동해봤자 내 처지 개선도 힘들고, 개선해봤자 아주 미미한데. 

물론 여성이라고 겪는 불이익은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남자들도 불이익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냥 인생의 어려움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까지 여성의 위상이 올라왔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부조리해도 참고 산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수가 갈수록 줄어가고, 여성단체나 페미니즘들도 서서히 몰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이런 시대에 페미니스트들이 될 사람들은 어떤 부류일까? 


1. 성희롱/성폭력 경험으로 인해 남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거나

2.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욕하는 성질머리 더러운 성격이거나

3. 자기와 자기 부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을 가지거나

4.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부류의 인간이거나

등등..


요약하자면 남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주변에서 안좋은 소리 들을 성격의 사람들이 주로 페미니스트가 될 것이다.

그래야 충분히 피해의식과 분노가 주입되어 페미니즘에 동참할만한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남들은 편히 생각할 일을 나는 가만히 안 있고, 깊게 생각하기보단 즉흥적 감성이 앞서면

페미니스트로서의 기회비용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


그렇게 페미니스트들은 피해의식이 강하거나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가 다수가 되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은 점점 맛이 가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들의 사고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행동은 점점 무모해지고,

정당성이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점점 사소한 일에 과격하게 대응하고,

그들에게서 인간미라곤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페미니즘의 나쁜 이미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온갖 패악질들을 설명한다.


 


페미니즘은 다시 옛날의 좋은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론 당분간은 힘들 거라고 본다.

왜나하면 위에 길게 설명한 구도가 반복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페미니즘의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점점 올라갈 것이다.

논하는 수준은 개판이라도 적어도 주제들(성범죄, 여성에 대한 편견, 유리천장)은 페미니즘에 약간이나마 명분을 갖췄고,(한 예로, #Metoo운동의 방식은 비판할 수 있어도 취지를 비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대가 교체되면서 여자들이 고위직, 남성이 다수인 직종에 점점 참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의 명분은 약해지고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페미니스트 수질은 점점 악화되겠지.. 


물론 페미니즘이 완전히 개판을 쳐 반동으로 여권이 악화될 수는 있지만,

아직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페미니즘이 만약 완전히 몰락한다면,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의 성공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1. 사실 여성은 이제 남성보다도 공부를 잘 한다. 성평등수준이 낮다고 여겨지는 국가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본문으로]
  2.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성질들 중 본성이나 환경에서 기인한 비율은 1:1이라 한다. 이걸로 교육, 사회문화의 역할이 크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거꾸로 보면 남녀문제에서 교육이나 사회문화 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절반밖에 안 된다는 의미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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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스포츠를 잘 보진 않는데, 평창 올림픽 기간이라 경기들을 보게 된다.

세계구급 선수들의 훌륭한 기량을 보면 즐겁고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다른 면에서도 감탄이 나온다. 


바로 스포츠 정신이다.


몇 년 동안 한 경기를 위해 죽어라 노력하는 정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전념하려는 정신. 

세상에는 나보다 훌륭한 선수들, 천재들이 많다는 걸 인정하는 정신.

부정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려는 정신.

불편부당함이 없는 한 결과에 승복하는 정신. 

좋은 결과를 낸 선수에게는 축하를, 실수로 아쉬운 결과를 낸 선수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정신.

훌륭한 챔피언이라도 방심하면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신.  

부상을 당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경기를 마치는 정신. 


경기에 나온 모든 선수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스포츠 정신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게 되니 더 와닿았다.

스포츠는 경기의 훌륭한 선수들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다.

 

윤리적인 면은 물론, 미학적인 면에서도 고결하고 아름다운 정신. 

나도 저런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신경이 많이 둔해서 스포츠랑은 상극인 인간이지만, 

스포츠 정신처럼 살아가고 싶어진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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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특정 분야를 논할 때 아는 만큼의 1/10만 말해도 천재 취급받는 것.


클래식이든 국내/국제지리든 철도이든 독서 시사이슈든 

매니아, 덕후들이 보기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지식만 말해도 

사람들은 다들 눈이 동그래지고 나보고 똑똑하다고 한다.


아마 그 분야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 다 이야기하면 기절할 것 같다.


칭찬들어서 나쁠 건 없지만, 너무 쉽게 칭찬 듣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보잘것없는 건데 이게 칭찬거리라니...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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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근본주의자들은 썩어빠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종교의 근원으로 돌아간다지만, 

자기 종교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시한다. 


특정 종교가 유행할 때의 교리는 그때 기준으로 진보적이었다. 

불교는 모두가 구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해탈할 수 있다고 가르쳤고(대승불교 기준이긴 하지만)

기독교는 예수를 통해 약자를 가련히 여기고, 남녀노소 모두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슬람은 여자도 남자와 평등하다는 주의를 펼쳤고, 

무함마드가 알라 최후의 선지자라고 가르쳐 유대교/기독교의 교리를 확장했다고 가르쳤다.

유교는 신분이 높다고 언행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는 엄격한 신분제, 가부장제, 부족주의 사회였던 고대사회에는 진보적인 사상이었기에,

많은 대중들과 약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슬람의 아내를 4명까지 가질 수 있다는 교리나 유교의 신분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교리 등 보수적인 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진보적인 교리였다. 

그 때엔 유력자는 아내를 수십수백명 가진 경우가 흔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극도의 탐욕을 부리고 약자들을 착취하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 가르침들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 

보수적이거나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지는 가르침들도 정말 많다. 

아내를 4명으로 제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 취해야 현대사회에 맞다. 

신분제 속에서 강자가 약자에 인의예지를 다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신분제 자체를 없애야 현대사회에 맞다.


종교근본주의자들은 종교의 근원에 담긴 진보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 근원을 추구한답시고 교리를 문자 그대로 추구함으로써,

과거에는 진보적이었을지 몰라도 현재엔 시대착오적이고 억압적인 사상을 만든다.

그렇게 종교는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오직 엄숙함과 억압성과 배타성만 남는다.


이것이 종교근본주의자들이 오래 갈 수 없고, 타 부류에겐 그저 미친 놈들 취급 받는 이유이다. 


* 수정: 오더즈님의 지적 받고 일부 수정합니다. 명료하지 않은 내용이 좀 있어서 부연설명했습니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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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실만 나열해도 충분히 깔 수 있는 사안을 

왜 굳이 과장,왜곡 심지어 조작하면서 까는 풍토다.


한국 노동시간 긴 거 솔직히 사실이다.
실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취업 쉽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었던 80~90년대를 그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여자라는 이유로 겪는 불합리한 불이익이 있는 거 맞다.
한국 자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한국 현역병에 대한 처우 솔직히 너무 열악하다.

이런 테제들은 통계와 사례들로도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런 사회문제들 비판하는 덴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깔 거 무궁무진하다.
신빙성 있는 근거로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비판할 수 있다. 
이렇게 까도 사람들 많이 공감할 것이다.


왜 이런 문제들을 굳이 과장, 왜곡, 조작하면서까지 까야하냐고.


외국엔 장시간노동이나 야근이 '아예 없다'고 하질 않나.
현재 생활 수준이 80/90년대보다도 낮다고 하질 않나.
한국의 여성인권이 인도보다도 낮고, 임금격차 36% 전부를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덜 받는다'고 해석하질 않나.
한국 자살률이 높은 걸 청년 실업으로 해석하질 않나.
타 징병제 국가들은 죄다 최저임금 맞춰주고 병영부조리가 없다고 하질 않나.
(참고로 위 다섯 주장은 모두 '확실히' 틀렸다)


더 웃긴 건 저 주장들의 과장, 왜곡, 조작을 지적하면 
'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쓰잘데기없는 트집이나 잡는 놈'으로 취급한다는 거다.
그리고 내 의도를 왜곡한 맹렬한 비난들이 이어진다. 
심지어 나는 저 주장의 큰 틀에는 동의하는 사람인데도 비판을 거부하는 셈이다. 


아마 주장을 자극적이고 주목 잘 받도록 만드려고 이러는 것 같은데.
과장, 왜곡, 조작이 일상시되는 풍토는 비평의 수준을 낮춘다.
어쨌든 당신들이 이야기한 건 '사실'이 아니게 되니.
그러다보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논쟁이 아닌,
주장의 사실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만 촉발시킨다.

원래 사회 비평의 의도와는 백만광년 멀어진 반응이다.
이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반응이었는가?


요즘 사회비평 글들은 이런 식의 글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딴식의 헛소리를 자꾸 접하다보니 점점 짜증이 쌓인다. 

당신들의 과장, 왜곡, 조작하는 태도는 사회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발 자중하길 부탁한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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