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현재의 미흡한 친환경 기술을 서둘러 보급하면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 프로그램은 2050년까지 독일을 탄소 기반 연료에서 완전히 졸업시키도록 설계된 정책이고,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은 발전 용량이 40기가와트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론적으로는 통상적인 전기 수요를 거의 모두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용량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지리적으로 높은 위도에 위치해 있고, 구름이 걷히는 때가 거의 없으며, 해가 나는 때가 거의 없다. 이 많은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기는 독일 총수요의 6퍼센트에 불과하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 시설을 대중이 우려한다는 이유로 폐쇄하고 있고, 지정학적 이유로 천연가스 연소 발전소를 줄이고 있다. 그러면 풍력 발전(장소 선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이상 개발할 지역이 동났다), 그리고 석탄 연소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은 독일에서는 대체로 불가능하므로 석탄과 갈탄(축축하고 질이 낮으며 독일에서 생산되는 석탄으로서 그 어떤 연료보다 높은 탄소 족적을 남긴다)이 현재 독일 전기 총수요의 42퍼센트를 생산하고 있다. 석탄/갈탄 연료 발전소를 가동하거나/가동 중지하려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발전소들은 어쩌다 독일 전역에 깔린 태양광 패널이 가동되는 날에도 계속 연료를 태워야 한다. 그 결과 독일은 태양광 발전으로 탄소 배출량을 거의 줄이지 못했다. 2007-2009년 경기 침체가 없었다면, 에네르기벤데 프로그램 때문에 오히려 탄소배출량은 증가했을 것이다.
- 피터 자이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홍지수 역, 김앤김북스, 2019, p.511
독일 탈원전의 폐해는 한국 탈원전 정책 논의과정에서 어느정도 알려진 것 같은데, 에너지정책 전반이 이 정도로 문제있을 줄은 몰랐네. 디젤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이었나.
확실히 한국에선 독일이 친환경국가라는 선입견이 강하구나. 나도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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