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자들은 존 롤스와 그의 『만민법Law of People(1999)』에 따라 글로벌 기회 평등이 중요한 사안이 아니며 글로벌 기회 평등을 옹호하는 주장은 한결같이 국민 자결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국가 간 부와 기회의 격차를 각국이 각자 다른 선택을 함에 따라 만들어진 산물로 간주한다. 

(중략)

롤스나 다른 국가주의자들은 가난한 사람은 자신보다 부유한 사람의 소득이나 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요구는 정의의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이 재분배를 통해서든 부유한 사회로 이동할 권리를 통해서든 부유한 사회 구성원의 소득을 요구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반드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그 결과 일부 국민이 집단적으로 무책임한 선택을 해버린 다음에 건실한 삶을 영위하거다 더 나은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소득을 분배하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국민 자결(어떤 나라의 시민권자 집단이 내린 결정)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롤스를 비롯한 국가주의자들의 주장이다.


- 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지는가』, 21세기북스, 2017, p.191


몇 달 전, 이 책을 읽다 충격받은 기억이 난다.


무지의 베일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옹호한 존 롤스.

하지만 그의 동정심은 국가 내 개인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국가 전체가 빈곤한 약소국에는 보수 꼰대나 할 발상을 했다.


만약에 그가 약자에 대한 지원에 도덕적 해이나 개인의 책임성 문제를 언급하며 반대했다면, 그는 냉혹한 보수꼰대라는 혹평에 시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빈곤국에 대한 지원에 도덕적 해이나 국민자결을 운운하면서 반대했을 땐 그 누구도 그를 보수꼰대라고 하지 않았다.

뒷부분에 저자는 롤스의 이런 면모를 이중잣대다, 정의론과 상반된 소리를 한다, 국가와 개인이 그렇게 다르냐면서 비판한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국가와 개인 행동의 본질은 그렇게 다른가. 

국가와 개인의 불평등이 상반되는 분석과 처방을 해야할 정도로 다른 성격인가. 


처음에는 롤스가 사회자유주의자, 진보 정치철학자일 줄로만 알았는데 실망이 참 크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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