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2018년 10월 7일, 브라질의 대통령선거에서 자이루 보이소나루(Jair Bolsonaro)가 46%를 득표해, 29%를 득표한 페르난두 아다지(Fernando Haddad)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브라질은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국가이며 어느 후보도 과반득표를 하지 못했기에 위 둘이 10월 28일에 결선에서 맞붙을 것이다. 


이것만 보면 평범한 선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브라질인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왜나하면 현재 1위 선두주자이며 결선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보우소나루가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이루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17년간 군 생활을 하다 퇴역한 국회의원이다. 현재 우파 내지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PSL) 소속으로, 브라질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반부패 반기득권의 화신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는 강력범죄 퇴치, 국영 기업들의 민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그를 좋은 보수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는 극우 포퓰리스트고, 막말로 악명 높은 정치인이다. 


뭐 막말로 유명한 정치인이야 많다. 안그래도 많았는데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권위주의 정권이 유행하면서 유행병처럼 생겨나고 있다. 트럼프야 이 분야의 전설이 되었고, 


하지만 그의 망언 수위는 도를 넘었다. 이게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을 정도다. 그에 비견될 수준의 막말 정치인은 전세계를 뒤져봐도 두테르테 정도밖엔 나오질 않는다.




(군부 독재에 대한 망언[각주:1])


"(브라질) 군부독재정권의 잘못은 이들이 (정적을) 고문했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정권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야 했다"


 

(여성에 대한 망언) 

"여성은 임신을 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임금이 적어야 한다"


"나는 아들을 넷 연속으로 낳았다가, 신체적으로 약해진 순간 딸을 낳고 말았다"


"나는 너를 강간하지 않겠다. 왜나하면 당신은 강간당할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각주:2]



(타 인종에 대한 망언)


"우리 아들은 교육을 잘 받았기에 흑인 여자랑 놀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난민들은 인간 쓰레기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망언[각주:3])


"나는 내 아들이 게이가 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랄 것이다"


"만일 두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뽀뽀한다면 둘을 때릴 것이다" 




이것만 보면 단순 막말 제조기로, 기피 1순위로 올라야 마땅한 후보다. 

실제로 대선 며칠 전에 브라질에서 여성들이 단체로 반-보우소나루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인기있는 걸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대선 2위이자 보우소나루 대항마인 페르난두 아다지가 인기없기 때문이다.

그는 브라질을 망쳐놓고, 국민들을 실망시킨 노동자당(PT)의 후보이다. 



한때 노동자당이 브라질에서 인기를 구가한 시절이 있었다. 그 유명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 노동자당 출신이다. 그는 적절한 경제정책으로 브라질을 부흥시켰고, 한때 지지율 80%를 기록하는 위엄을 보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빈곤율이 낮아지고 경제가 발전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 인기는 룰라 후임까지 이어져, 같은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가 후임으로 당선되었다. 그것도 연임으로. 


그러나 페트로브라스 사건이라는 대규모 비리 게이트로 호세프는 신망을 잃었고, 거기에 경제위기가 찾아온 데다 회계부정 등 물의를 일으키자 그녀는 탄핵되었다. 탄핵으로 인한 후임 미셰우 테메르는 지지율 3%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없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룰라도 비리 혐의에 연루되어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로 인해 재판 중이나 대법원 결정으로 대통령 재출마가 금지되었다. 페르난두 아다지는 그제서야 출마하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부패한 기득권 이미지를 뒤집어썼고, 

룰라와 노동자당 후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후보라 비호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우소나루가 반부패, 반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별로 절대 안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막말 문제 없는 아다지가 막말 제조기 보우소나루보다 조금 안티가 적은 수준이니,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은 현재





경제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2% 이하의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률은 12%나 되어 매우 높아진 상태고,





살인율은 안그래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데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부정부패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수사받고 재판받으며, 국민들의 환멸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 어떻게 반부패, 반기득권,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를 탓할 수 있겠는가.



브라질 대선은 뭔가 열화판 트럼프 vs 힐러리 대결을 보는 듯 하다. 

트럼프보다 더 막말 심한 보우소나루 vs 힐러리보다 더 부패해 보이는 아다지.

개인적으로도 미국인이라면 트럼프 vs 힐러리에서 과감하게 힐러리를 지지했겠지만, 브라질인이라면 아다지를 응원하질 못하겠다. 현재의 브라질은 그때의 미국보다 훨씬 사정이 안 좋으며, 아다지 후보는 힐러리 후보보다 이미지나 능력이 확실히 딸린다.



누가 당선되어도 브라질의 미래는 험난할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1. 참고로,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1년간 군부독재 시절을 겪었으며, 보우소나루는 군부 출신으로서 이 시기를 미화하며 추억화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 여성 국회의원이 그와 논쟁하다 그를 상대로 '강간범'이라고 외치자 보우소나루가 외친 말. [본문으로]
  3. 참고로 브라질은 2013년부터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국가이다. 이런 국가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내뱉는다는 게 참...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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