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본인은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미투운동이 돌아가는 방식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사회의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취지를 비판할 수는 없다. 성범죄자가 너무 많아보여서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사회의 현실이다. 인정해야만 한다. 이 의도에 반대한다면 여혐종자니 잠재적 범죄자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다고 본다. 


- 미투운동의 참가자들에게는 위로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끔찍한 경험을 대중 앞에서 고백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당신들은 용기내서 그걸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추악한 면을 폭로하고 싸워온 덕에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운동에 참여해 줘서 고맙다. 


- 미투운동의 지목 대상들에게는, 만약 죄과가 사실이라면 벌이나 받으라는 말밖엔 할 게 없다. 나는 엄벌주의자는 아니지만, 범죄행위를 그냥 묵인할 수는 없다. 반성 참회도 좋지만 일단 형사처벌과 징계부터 받고 해라. 그래도 늦지 않다. 


- 많은 남성들의 우려대로, 폭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무고의 문제가 존재한다. 그 경우 혐의자는 성폭력 피해자 수준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본인은 혐의자가 폭로 내용을 인정하거나, 유죄 판결 날 때까지는 지목 대상을 비판하지 않으려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 그렇다고 미투운동 참가자들을 꽃뱀으로 몰고가지는 말자. 그건 성폭력 무고랑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참가자들의 고백이 사실이면 어쩔 건데? 생각없이 내뱉은 말로 상처받은 피해자의 마음은 책임질 수 있냐? 제발 더러운 주둥아리 좀 닥쳐라. 


- 무고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왠만해선 미투운동 참가자들의 말을 사실로 간주할 것이다. 설령 무고가 의심되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위와 모순되는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피해자 말은 웬만해선 믿되,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보류하겠다는 이야기다.


- 무고 피해자를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진짜 피해자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고일 수도 있으니 지켜보겠다'라고 말하는 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나를 잠재적 꽃뱀으로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일쑤다. 더욱이 가해자의 유죄추정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말을 신뢰한다고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주진 않는다. 적어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보류하다면 말이다. 폭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폭로자에 대한 배신감과 공분이 들 뿐. 


- 따라서 나는 지목된 가해자에 대해선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백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실추정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이상해 보이지만, 이게 당사자 모두에게 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진보 측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받았다. 이 중 일부는 무고로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진보좌파라 해서 성범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아니 마초적인 운동권 문화나, 진보 성향이 강한 예체능계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더 심하고.


- 지금 미투 운동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의 발단은 페미니스트 탓이었다. 미투 운동은 영화작가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을 피해자들이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와인스틴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자칭했다. 페미니스트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진짜 페미니스트 되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성평등한 언행을 보이는 사람들이 진짜 페미니스트다.  


- 솔직히 말해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고 뒤에선 성범죄 저지르는 놈들보다는 성차별적 언행을 해도 주변 여자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훨씬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남자 페미니스트들은 제발 반성 좀 하고, 언행에 조심하길. 그게 안 되니 여자들 환심 사려고 페미니스트 된다는 조롱이나 듣는 거 아니겠는가.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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