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낙태죄가 폐지되는 변화는 환영한다. 낙태를 처벌해야 할 윤리적인 당위성도 잘 봐줘야 애매한 수준이고, 법은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라 뒤에선 연간 수십만건의 낙태가 벌어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죄를 존치하거나 더 나아가 낙태죄 집행을 확실히 하자는 건 도덕적 만족감을 명분으로 뒷감당 못 할 짓을 벌이는 거다. 차라리 낙태를 양성화해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게 낙태를 받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낙태죄가 폐지되는 과정은 다분히 아쉽다.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충분히 되어 낙태죄 폐지 여론이 굳어지면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정부가 이에 부응했다기보단,  비선출직인 헌재 재판관들이 순수한 법논리의 곡예를 통해 결정한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이 낙태죄에 갈수록 우호적으로 변하니 헌재가 국민 여론도 감안해서 판결했겠지만, 이런 식의 결정은 낙태 반대론자에게 쓸데없는 반발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물론 민의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공론장과 국회 정부는 무관심의 손놓는데 관료조직에 가까운 사법기관만 일하는 건 일종의 기술독재적 현상이다. 자칫 전문관료가 대중, 정부, 국회와 괴리되어 국민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엔 낙태죄와 관련된 논의가 놀랄 정도로 적었다. 이는 국가별 낙태죄와 낙태 찬반 논란 현황을 비교해본 한 논문의 실제 결론이다. 적어도 서구 선진국들은 낙태 논의가 굉장히 치열했다. 수많은 찬반 논거와 학술연구가 나왔으며 정치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고 대중토론에서도 엄청나게 나온 단골메뉴다. 낙태죄 폐지는 그런 수십-수백년간의 대논쟁의 결과였다. 특히 미국은 낙태 찬반이 좌우를 가르는 주요 기준점일 정도였다.

슬프게도 현대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거의 건국 초기부터 낙태를 특수한 경우를 빼곤 금지해왔는데, 한국인들이 낙태를 유난히 반대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었다. 낙태에 긍정적인 쪽도 아니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인들의 국민 여론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정부가 1953년 낙태죄를 신설했던 게 66년 간 유지돼왔으나, 이는 국민의 합의 없는 관료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가까웠다. 이러한 낙태 찬반 문제는 관심가질 사람만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낙태죄 문제는 사회적으로 잊혀져 갔고, 법적으론 불법이었으나 뒤에선 할 사람은 다 하는 사문화 현상이 생겨났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음지에서 눈물 흘리면서 낙태를 하게 됐으나, 그녀들은 사회의 시선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 낙태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은 건 사회문화적으로 낙태를 논할 껀수가 없어서인 면도 있다. 전통적인 기독교나 이슬람 문화권은 낙태를 적극 반대해왔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철학적인 이유로 낙태를 찬성해왔지만 한국은 이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았으니. 적어도 불교나 유교는 낙태에 대한 뚜렷한 견해를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이렇게 낙태 이슈에 무관심했던 사회 풍조가 한국의 낙태죄와 낙태 여성들의 문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낙태죄 폐지는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물론 이 현상이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이 판결이 낙태 반대론자에 의한 강한 백래쉬를 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처럼 낙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으니. 미국은 낙태가 허용된 나라지만, 여전히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고, 지역별로 낙태를 막기 위한 별 괴상한 꼼수들을 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낙태 반대론자가 낙태 시술하는 의사를 죽인 사례까지 있다. 적어도 한국에 이런 수준의 백래쉬가 일어날 일은 없다.

그러나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왕 낙태 문제가 급부상한 거, 지금이라도 사회적인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내가 서술한 문제가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다.

 + 글의 핀트와는 어긋나지만 이왕 말 나왔으니 계속 말하자면, 나는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지만 여자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낙태 찬성론자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여자들은 남자들과의 성관계를 거부하기 더 어려워질 거다. 임신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그럼 그냥 낙태하라는 식의 소리가 돌아올 수 있으니. 물론 저렇게 덜떨어진 남자들이 전체중에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있고도 남을 일이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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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out.com/news-opinion/2019/2/19/trumps-plan-decriminalize-homosexuality-old-racist-tactic?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news-opinion


트럼프 정부가 '동성애자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처형하는 국가들'을 규탄하고 

동성애 행위를 비범죄화하라고 압박했는데,


그걸 동성애에 우호적인 잡지에서 인종차별주의적 행위라 비판함.









글 자체도 걸작이지만, 글의 세부적인 내용은 더 걸작이다.


There are several signs that this decision is denoted in a colonial sense of paternalism rather than any true altruism. According to the report, the decriminalization campaign is set to begin in Berlin where LGBTQ+ activists from across Europe will meet to hatch a plan that is “mostly concentrated in the Middle East, Africa, and the Caribbean.

이 결정이 진솔한 이타주의라기보단 식민주의적 성향을 띤 후견주의로 해석되는 여러 신호가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동성애) 비범죄화 캠패인은 베를린에서 시작되며 그곳에서 유럽 전역의 LGBTQ+ 활동가들이 계획을 꾸몄는데 이는 "중동,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에 주로 집중되었다.


왜 중동, 아프리카, 카리프해에 집중되었을까?
일단 동성애자들이 형사처벌되는 나라/지역이 어딘지 알아보자.


그만 알아보자.






비서구권의 동성애 인권에 관심이 없을 순 있는데, 그걸 넘어 동성애 인권 증진 시도를 인종주의적이라니, 식민주의적이라니 비판하는 걸 보니 머리속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니네들은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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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는 공영TV라는 곳에서 반정부 시위대 신상을 털고 앉아있고,


출처: https://www.reddit.com/r/europe/comments/an6302/polish_national_tv_releases_info_about_protesters/







헝가리에서는 지속적인 권위주의 행보로 프리덤하우스 자유지표가 '자유로움'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움'으로 한 단계 내려갔는데[각주:1], 정부가 거기에 반박한답시고 올린 공식성명 내용이



"프리덤 하우스는 소로스[각주:2]의 지원을 받는 소로스 제국의 일원으로서, 소로스의 선거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헝가리가 이민자의 국가가 되지 않으려 결정했다고 그는 다른 소로스 조직과 함께 헝가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개인적 의견도 아닌 공식성명으로 음모론 설파하고 앉아있다. 


공식성명으로 음모론 풀어대는 곳은 공산권이나 이슬람권 국가나 하는 지꺼리로 알고 있었는데, 볼 때마다 놀랍다. 헝가리가 구 공산권 국가이긴 했었지만...



출처: https://www.reddit.com/r/europe/comments/ando2m/hungary_and_serbia_fall_to_partly_free_status_on/

http://www.kormany.hu/hu/miniszterelnoki-kabinetiroda/hirek/reagalas-a-freedom-house-jelentes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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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나 헝가리가 포퓰리즘으로 망가져간다는 소식은 많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포퓰리즘은 이래서 무섭다. 

달콤한 말을 해준다고 아무나 뽑으면, 겉으론 나라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속으론 완전 곪은 나라를 만들 것이다. 


EU는 민주주의적 제도, 차별금지법 같은 것을 가입 선결조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연합이다.   

저런 국가들을 그냥 냅뒀다간 EU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다. 하루빨리 저 국가들을 제재해서라도 포퓰리즘의 광풍을 막아야 한다. 

  1. 헝가리는 EU 회원국인데, EU 회원국의 프리덤하우스 자유지표가 '부분적으로 자유로움' 이하로 내려간 건 이번의 헝가리가 최초라고 한다! [본문으로]
  2. 헝가리 출신의 억만장자 금융투자가이다. 유대인인데다,, 세계적으로 재단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서구적 가치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반유대주의자나 우파 포퓰리스트들에게 온갖 정신나간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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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01&aid=0010526450

전체 신청자 484명
14명은 출국 등 이유로 직권종료.
2명난민 인정.
412명인도적 체류.
56명난민 불인정.

심사를 완료한 470명만 놓고 보면

난민 인정률 : 0.4% (2명/470명)
인도적 체류 비율: 87.7% (412명/470명)
난민 인정률+인도적 체류 비율: 88.1% (414명/470명)
완전 불인정률 : 11.9% (56명/470명)

난민 인정률만 보면 매우 낮아 보지만, 인도적 체류율까지 합쳐보면 매우 높다.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모르겠다.

왠만해선 ㅇㅋ 일단 체류'는' 시켜줌 정도의 스탠스인 듯은 한데...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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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생활 경험으로 책까지 낸 한 유명한 의사가 있다.

그는 우연찮게 악명높은 살인사건 피해자를 응급처치하게 되었고, 그는 상상 이상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은 피해자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로인해 좋아요 17만7천개라는 엄청난 조회수와 반응을 퍼트렸다.

안그래도 살인수법이 매우 잔혹했고, 살인의 동기도 매우 어처구니없어 대중의 분노를 산 사건이라 매우 큰 반향을 보였다. 경찰의 무능하게 대처했다는 논란까지 덮친 사건이라 더 그랬다. 


https://www.facebook.com/ihn.namkoong/posts/1901714823215259 

해당 글 링크. 묘사가 매우 노골적이고 잔인하니 주의. 심약자는 읽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관심을 위해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를 내버렸다는 비판이 많다. 

이게 의사가 가질 태도인가 하며, 적나라한 묘사가 과연 피해자와 그 유족이 원하는 것이었냐며. 

또 단순 잔인함을 넘어 포르노스러운 이야기를 대중에 필터링 없이 보여도 되느냐하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의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이런 자극적인 사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 어려웠다.

왜나하면 과거엔 정부가 기성 언론을 엄격하게 검열했으며, 당시 매체 수준의 한계로 문제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언론매체에 올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법조계, 경찰, 의사 등 엘리트 집단이 대중과 거리가 멀고 권위가 살아있던 시절이었기에, 이런 문제적인 정보에 대한 내부 단속도 쉽게 이루어졌다. 전문가들만 아는 정보를 감히 대중 주제에 알 필요가 없다는 사고관이 만연했으니. 

거기에 당시엔 기성 언론이 대중 매체의 전부였기에, 기성언론만 통제만 잘 되면 대중에 문제적인 정보가 들어갈 일이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는 시절에는 그게 불가능하다.

언론 검열도 없이 과거보다 쉽게 언론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아예 Youtube나 페이스북 같은 개인 매체까지 만들어지는 지경이다. 그리고 매체 수준이 발달하면서 문제적인 사진과 동영상도 쉽게 올릴 수 있다.

거기에 사회가 민주화를 맞으면서, 엘리트 집단도 권위로 모든 걸 뭉갤 수 없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아는 정보를 대중도 알아야 한다는 사고가 만연해졌다. 그리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엘리트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대중 매체의 발달은 이 현상을 부채질했다. 


물론, 매체의 다양화와 사회의 민주화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켜내야 할 사회 진보의 성취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진보가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를 불러왔다는 거다.



첫째 문제가 자극적인 정보와 극단적인 감정이다. 

자극적인 정보를 매체에 올리기 쉬워졌고, 대중들도 전문가처럼 알 권리가 있다는 사고관 때문에 

과도하게 자극적인 정보가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로인해 사람들이 쉽게 극단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이게 굳이 알아야 할 정보인가, 극단적인 감정을 가져도 되는가 하는 대중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둘째 문제가 가짜 뉴스이다.

모두가 수준 높은 매체를 가진 상황에서는 악의를 가진 사람이나 이해관계자들도 날뛰기 쉽다. 

그들은 자기 목표를 위해 허위 사실을 매체로 유포한다. 이것이 가짜 뉴스이다.


셋째 문제가 엘리트에 대한 신뢰 실추이다.

민주화로 인해 엘리트들의 권위가 약해지고, 엘리트들의 무능이나 비위행위가 검열 없이 매체를 통해 쉽게 드러나고, 국민들도 매체를 통해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사회에선 엘리트들이 옛날같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이는 매체를 통한 정보 유통을 통제불능으로 만들어, 자극적이고 허위 정보가 돌아다니는 현상을 타파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짜 뉴스, 과도한 자극적인 정보를 비판하면 부패한 엘리트 꺼지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판만 쏟아질 테니. 


넷째 문제가 극단적인 정치인이나 정치 이념의 득세이다. 이는 앞서 말한 세 문제 때문에 가능하다. 

극단적인 정치인도 매체를 가지고 자극적인 정보와 가짜뉴스를 퍼트려 극단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유명세를 끌 수 있다. 거기에 엘리트들 권위가 약해져 극단적인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엘리트 비판이 쉽게 먹히게 되었다. 



현대사회 문제 개론(?)은 이제 건너뛰고, 일단 의사의 행위와 관련된 자극적인 정보와 극단적인 감정 문제만 논해 보자.


요즘 세상이 과거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했다는 통념이 있는데, 이 통념은 틀렸다.

실제로 인류가 폭력으로 살해될 확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젔고, 가정 학교 군대 등의 미시적인 폭력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폭력적이고 잔인한 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거다. 옛날이 덜 폭력적이었다고 쉽게 착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전근대 사회에도 연쇄살인은 많았다. 하지만 언론과 일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어 모두가 악명높은 연쇄살인마 이름과 그 악행을 알게 된 건 과거와 다르다.  

IS의 참수 비디오가 등장하기 전에도 참수 살인은 많았다. 그러나 매스컴의 발달로 타국에 사는 사람도 그 끔찍한 광경을 볼 수 있게 된 건 과거와 다르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전에도 잔인한 살인사건은 많았다.[각주:1] 하지만 그 끔찍한 사건 현장이나 시신 상태를 전국민이 알게 된 건 과거와 다르다.


자극적인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져 극단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고 그릇된 결정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어가거나 강간당하는 광경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사이코패스나 가능할 것이다. 이는 나머지 문제와 결합되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 가정을 생각해 보자.


이 사건 가해자가 파키스탄 외노자이거나 예멘 난민이었다면? 


감이 바로 올 것이다. 

안 그래도 외국인 살인범죄는 외국인 혐오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인데, 살해과정의 잔혹함까지 더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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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가 글을 올린 게 나쁜 선택이기만 한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글을 읽어보면 국민들의 알 권리인 부분도 분명 있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 부분도 분명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복잡하게 얽힌 현대사회에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했다는 거다.


만약 이 위험한 감정이 악화되어 사회문제를 일으켰다면, 그는 자신의 위험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한다.

그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이면 자신의 언행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가짜 뉴스와 무분별한 분노, 포퓰리스트들로 골치를 앓는 국제사회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1. 개인적으로는 이 피해자보다 더 끔찍하게 죽은 사람에 대한 묘사를 많이 봤다. 전쟁이나 산업재해, 증오범죄 관련 기록을 보면 정말 인간이 얼마나 끔찍하게 죽을 수 있는지를 절로 체감한다. 묘사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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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2018년 10월 7일, 브라질의 대통령선거에서 자이루 보이소나루(Jair Bolsonaro)가 46%를 득표해, 29%를 득표한 페르난두 아다지(Fernando Haddad)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브라질은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국가이며 어느 후보도 과반득표를 하지 못했기에 위 둘이 10월 28일에 결선에서 맞붙을 것이다. 


이것만 보면 평범한 선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브라질인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왜나하면 현재 1위 선두주자이며 결선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보우소나루가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이루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17년간 군 생활을 하다 퇴역한 국회의원이다. 현재 우파 내지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PSL) 소속으로, 브라질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반부패 반기득권의 화신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는 강력범죄 퇴치, 국영 기업들의 민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그를 좋은 보수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는 극우 포퓰리스트고, 막말로 악명 높은 정치인이다. 


뭐 막말로 유명한 정치인이야 많다. 안그래도 많았는데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권위주의 정권이 유행하면서 유행병처럼 생겨나고 있다. 트럼프야 이 분야의 전설이 되었고, 


하지만 그의 망언 수위는 도를 넘었다. 이게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을 정도다. 그에 비견될 수준의 막말 정치인은 전세계를 뒤져봐도 두테르테 정도밖엔 나오질 않는다.




(군부 독재에 대한 망언[각주:1])


"(브라질) 군부독재정권의 잘못은 이들이 (정적을) 고문했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정권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야 했다"


 

(여성에 대한 망언) 

"여성은 임신을 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임금이 적어야 한다"


"나는 아들을 넷 연속으로 낳았다가, 신체적으로 약해진 순간 딸을 낳고 말았다"


"나는 너를 강간하지 않겠다. 왜나하면 당신은 강간당할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각주:2]



(타 인종에 대한 망언)


"우리 아들은 교육을 잘 받았기에 흑인 여자랑 놀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난민들은 인간 쓰레기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망언[각주:3])


"나는 내 아들이 게이가 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랄 것이다"


"만일 두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뽀뽀한다면 둘을 때릴 것이다" 




이것만 보면 단순 막말 제조기로, 기피 1순위로 올라야 마땅한 후보다. 

실제로 대선 며칠 전에 브라질에서 여성들이 단체로 반-보우소나루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인기있는 걸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대선 2위이자 보우소나루 대항마인 페르난두 아다지가 인기없기 때문이다.

그는 브라질을 망쳐놓고, 국민들을 실망시킨 노동자당(PT)의 후보이다. 



한때 노동자당이 브라질에서 인기를 구가한 시절이 있었다. 그 유명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 노동자당 출신이다. 그는 적절한 경제정책으로 브라질을 부흥시켰고, 한때 지지율 80%를 기록하는 위엄을 보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빈곤율이 낮아지고 경제가 발전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 인기는 룰라 후임까지 이어져, 같은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가 후임으로 당선되었다. 그것도 연임으로. 


그러나 페트로브라스 사건이라는 대규모 비리 게이트로 호세프는 신망을 잃었고, 거기에 경제위기가 찾아온 데다 회계부정 등 물의를 일으키자 그녀는 탄핵되었다. 탄핵으로 인한 후임 미셰우 테메르는 지지율 3%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없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룰라도 비리 혐의에 연루되어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로 인해 재판 중이나 대법원 결정으로 대통령 재출마가 금지되었다. 페르난두 아다지는 그제서야 출마하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부패한 기득권 이미지를 뒤집어썼고, 

룰라와 노동자당 후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후보라 비호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우소나루가 반부패, 반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별로 절대 안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막말 문제 없는 아다지가 막말 제조기 보우소나루보다 조금 안티가 적은 수준이니,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은 현재





경제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2% 이하의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률은 12%나 되어 매우 높아진 상태고,





살인율은 안그래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데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부정부패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수사받고 재판받으며, 국민들의 환멸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 어떻게 반부패, 반기득권,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를 탓할 수 있겠는가.



브라질 대선은 뭔가 열화판 트럼프 vs 힐러리 대결을 보는 듯 하다. 

트럼프보다 더 막말 심한 보우소나루 vs 힐러리보다 더 부패해 보이는 아다지.

개인적으로도 미국인이라면 트럼프 vs 힐러리에서 과감하게 힐러리를 지지했겠지만, 브라질인이라면 아다지를 응원하질 못하겠다. 현재의 브라질은 그때의 미국보다 훨씬 사정이 안 좋으며, 아다지 후보는 힐러리 후보보다 이미지나 능력이 확실히 딸린다.



누가 당선되어도 브라질의 미래는 험난할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1. 참고로,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1년간 군부독재 시절을 겪었으며, 보우소나루는 군부 출신으로서 이 시기를 미화하며 추억화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 여성 국회의원이 그와 논쟁하다 그를 상대로 '강간범'이라고 외치자 보우소나루가 외친 말. [본문으로]
  3. 참고로 브라질은 2013년부터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국가이다. 이런 국가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내뱉는다는 게 참...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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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높이니 자영업자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니 노동자들은 임금 줄어들어서 걱정된다고 아우성이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은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결정 과정과 내용이 갑작스럽고 과격했다.  

문재인은 2020년 최저시급 1만원을 목표로 공약을 내세워서, 올해 최저임금이 15% 가까이나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과정을 보면, 사업자요원들도 정부의 공약의 압박으로 할 말을 다 못한 분위기다. 

노동시간 단축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지만, 준비기간이 짧다. 특히 대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시간 단축안이 바로 적용된다. 노동자가 합의하더라도 주 52시간을 넘는 근무는 금지되는 등 규정이 엄격하다.  


사람들이 그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좌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문제로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왜 건물주 임대료는 안 탓하냐고, 그걸로 장사 힘들면 장사 접으라고 욕한다.

노동자들에게는 장시간 근로를 해야 입에 풀칠이 가능한 임금체계를 비판해야지, 왜 노동시간 단축을 비판하냐고 조롱한다.


그런데 이건 정책 당사자가 아닌 정책 결정권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건물주 임대료가 진짜 문제인지, 지금 임금체계가 진짜 기형적인지 문제는 둘째 치자.


하지만 그게 진짜 문제라 하더라도,

건물주 임대료는 최저임금 높이자는 좌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그래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제대로 날 텐데. 

임금체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는 좌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그래야 노동시간 단축 부작용이 줄어들지.


최소한 정치세력으로서 시행한 정책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게 도리다.

그게 안 된다면? 그냥 나쁜 정치인, 무책임한 정치인 되는 거지.

왜 정책들의 부작용을 약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건가? 

좌파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남 탓하라고 가르치는가? .


적어도 이 문제에서는 좌파들은 정말 무책임한 면모를 보인다.

이상에 빠져 현장을 무시하고, 그 부작용을 변명하고 약자에게 떠넘기려는 파렴치함까지.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이상 내가 경제 문제에서 좌파 편 들 일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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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스 룰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최선은 아니다. 유능한 여성들이 펜스 룰로 불이익을 받아 고위공직에 못 올라가면, 부하 남성에게도 손해다.


- 문제는, 펜스 룰이 남성에게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은 된다는 거다. 적어도 남성들이 불리해질 요인은 원천차단이 가능하니. 그렇기 때문에 공포에 질린 남성들이 선호할만한 선택지다. 안 그래도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람 성향에 따라선 펜스 룰이 최선인 경우도 많을거고.


- 남성들이 저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덴 무개념 페미니스트들 책임이 크다. 최소한의 합리성과 인간성조차 포기한 종자들이 어디가겠나. 남성성을 악·가해·적과 동일시하고, 사소한 언행에 과대망상 수준으로 격하게 대응하고, 남에 피해엔 무관심을 넘어 조롱하고 저주하고. 남성들이 혐오하는 게 이상하지. 

니들이 그딴식으로 행동하니까 역풍, 부작용이 온 거다.


- 이와함께, 성폭력 무고 문제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 남성들의 공포가 과장되었다곤 생각하는데, 실존하는 문제니. 남성이 무고죄에 걸릴 확률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확률보다 낮지만, 여성혐오범죄로 살해될 확률보다는 몇백배 높다. 

아, 돈없으면 꽃뱀들 꼬일 일 없다는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못생기면 성범죄자 꼬일 일 없다는 개소리의 미러링이냐?


- 시간이 지나면 공포가 누그러지면서 펜스 룰은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펜스 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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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본인은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미투운동이 돌아가는 방식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사회의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취지를 비판할 수는 없다. 성범죄자가 너무 많아보여서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사회의 현실이다. 인정해야만 한다. 이 의도에 반대한다면 여혐종자니 잠재적 범죄자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다고 본다. 


- 미투운동의 참가자들에게는 위로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끔찍한 경험을 대중 앞에서 고백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당신들은 용기내서 그걸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추악한 면을 폭로하고 싸워온 덕에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운동에 참여해 줘서 고맙다. 


- 미투운동의 지목 대상들에게는, 만약 죄과가 사실이라면 벌이나 받으라는 말밖엔 할 게 없다. 나는 엄벌주의자는 아니지만, 범죄행위를 그냥 묵인할 수는 없다. 반성 참회도 좋지만 일단 형사처벌과 징계부터 받고 해라. 그래도 늦지 않다. 


- 많은 남성들의 우려대로, 폭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무고의 문제가 존재한다. 그 경우 혐의자는 성폭력 피해자 수준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본인은 혐의자가 폭로 내용을 인정하거나, 유죄 판결 날 때까지는 지목 대상을 비판하지 않으려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 그렇다고 미투운동 참가자들을 꽃뱀으로 몰고가지는 말자. 그건 성폭력 무고랑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참가자들의 고백이 사실이면 어쩔 건데? 생각없이 내뱉은 말로 상처받은 피해자의 마음은 책임질 수 있냐? 제발 더러운 주둥아리 좀 닥쳐라. 


- 무고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왠만해선 미투운동 참가자들의 말을 사실로 간주할 것이다. 설령 무고가 의심되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위와 모순되는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피해자 말은 웬만해선 믿되,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보류하겠다는 이야기다.


- 무고 피해자를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진짜 피해자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고일 수도 있으니 지켜보겠다'라고 말하는 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나를 잠재적 꽃뱀으로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일쑤다. 더욱이 가해자의 유죄추정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말을 신뢰한다고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주진 않는다. 적어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보류하다면 말이다. 폭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폭로자에 대한 배신감과 공분이 들 뿐. 


- 따라서 나는 지목된 가해자에 대해선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백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실추정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이상해 보이지만, 이게 당사자 모두에게 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진보 측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받았다. 이 중 일부는 무고로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진보좌파라 해서 성범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아니 마초적인 운동권 문화나, 진보 성향이 강한 예체능계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더 심하고.


- 지금 미투 운동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의 발단은 페미니스트 탓이었다. 미투 운동은 영화작가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을 피해자들이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와인스틴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자칭했다. 페미니스트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진짜 페미니스트 되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성평등한 언행을 보이는 사람들이 진짜 페미니스트다.  


- 솔직히 말해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고 뒤에선 성범죄 저지르는 놈들보다는 성차별적 언행을 해도 주변 여자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훨씬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남자 페미니스트들은 제발 반성 좀 하고, 언행에 조심하길. 그게 안 되니 여자들 환심 사려고 페미니스트 된다는 조롱이나 듣는 거 아니겠는가.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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