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근본주의자들은 썩어빠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종교의 근원으로 돌아간다지만,
자기 종교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시한다.
특정 종교가 유행할 때의 교리는 그때 기준으로 진보적이었다.
불교는 모두가 구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해탈할 수 있다고 가르쳤고(대승불교 기준이긴 하지만)
기독교는 예수를 통해 약자를 가련히 여기고, 남녀노소 모두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슬람은 여자도 남자와 평등하다는 주의를 펼쳤고,
무함마드가 알라 최후의 선지자라고 가르쳐 유대교/기독교의 교리를 확장했다고 가르쳤다.
유교는 신분이 높다고 언행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는 엄격한 신분제, 가부장제, 부족주의 사회였던 고대사회에는 진보적인 사상이었기에,
많은 대중들과 약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슬람의 아내를 4명까지 가질 수 있다는 교리나 유교의 신분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교리 등 보수적인 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진보적인 교리였다.
그 때엔 유력자는 아내를 수십수백명 가진 경우가 흔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극도의 탐욕을 부리고 약자들을 착취하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 가르침들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
보수적이거나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지는 가르침들도 정말 많다.
아내를 4명으로 제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 취해야 현대사회에 맞다.
신분제 속에서 강자가 약자에 인의예지를 다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신분제 자체를 없애야 현대사회에 맞다.
종교근본주의자들은 종교의 근원에 담긴 진보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 근원을 추구한답시고 교리를 문자 그대로 추구함으로써,
과거에는 진보적이었을지 몰라도 현재엔 시대착오적이고 억압적인 사상을 만든다.
그렇게 종교는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오직 엄숙함과 억압성과 배타성만 남는다.
이것이 종교근본주의자들이 오래 갈 수 없고, 타 부류에겐 그저 미친 놈들 취급 받는 이유이다.
* 수정: 오더즈님의 지적 받고 일부 수정합니다. 명료하지 않은 내용이 좀 있어서 부연설명했습니다.
'진지한 이야기 > 단순한 사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미니즘 테스트 소개 (4) | 2018.10.18 |
---|---|
집단 일반화로 드러나는 인간의 세 수준 (0) | 2018.09.22 |
노동시간 단축, 제주 난민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 (12) | 2018.07.03 |
스포츠 정신. (4) | 2018.02.16 |
요즘 사회비평들 보면서 불만인 것. (6) | 2018.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