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주요 강국들은 미국, 유럽 선진국들(혹은 EU)[각주:1],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터키 정도다. 한국도 포함될 지 모르지만 일단은 빼보자. 

이들 국가는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까? 일단 정치-경제-문화-가치관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 안은 주로 영향력을 끼치는 분야이다. 


미국: [정치/경제/문화/가치관 모두] 세계 최강대국이며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서 시장경제를 세계에 퍼트리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한다는 사명을 띰. 그러나 독단적이고 오만한 태도와 실책으로 수많은 반미국가들을 양산해 옴. 

EU: [정치/경제/문화/가치관 모두] 미국과 비슷하나 총체적인 영향력은 미국보다 적으며 반감정도 덜함. 그러나 일단 관계를 맺으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미국보다 더 강조함. 

러시아: [정치/문화] 역사와 사회적 유산을 바탕으로 구 소련권에 영향력을 행사함. 중국보다는 나으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지 않음. 타국 부분 합병, 간첩질, 대리전 참전, 사이버 정보전 등 비재래적인 국제정치 수단을 많이 사용함. 

중국: [정치/경제] 미국 다음의 최강대국으로 경제/군사적인 영향력이 주이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유라시아에 영향력을 뻗치려 함. 미국/EU와 달리 악명높은 독재국가라도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지 않으며, 심지어 중국은 서구와 다르다면서 대놓고 거부하려 들어 서구와 마찰을 빚음. 문화 콘텐츠나 가치관의 측면에선 국력에 비해 매우 빈약하며, 과도한 민족주의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로 주변국의 반발을 많이 사고 있음. 

일본: [경제/문화] 경제력,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음.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나 미국과 EU처럼 앞서서 요구하지도 않음. 그러나 군대가 없고 미일동맹의 영향력이 커서인지 정치/군사적인 영향력은 국력에 비해 초라한 편. 과거사로 인해 타 아시아 국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더더욱. 

인도: [정치/문화] 파키스탄과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함. 서구와 많이 이질적인 힌두(+이슬람) 문화를 가졌으나, 형식적으로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처럼 서구와 충돌하지 않음. 발리우드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흥하나, 힌두교도는 남아시아 밖에 거의 없기 때문에 힌두교 소프트파워는 확장성이 떨어짐. 

사우디 아라비아: [정치/경제 일부/가치관] 세계 (수니) 이슬람의 종주국. 석유로 유명한 국가이다. 친서구 스탠스라곤 하지만 억압적인 왕정 독재국가이며, 원리주의적이며 구태스러운 와하비즘의 국가이다. 이런 와하비즘을 전 세계의 모스크나 재단을 통해 퍼트리고 있으며, 시아 종주국 이란과 대결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테러리즘을 지원하며 여러 내전에 개입한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 [정치/경제 일부/가치관] 세계 시아 이슬람의 종주국. 천연가스, 석유 등 천연자원이 많이 난다. 사우디보다야는 낫지만 종교적 폭정이나 독재정치가 무시못할 급이고, 시아파 종교 원리주의를 확산하며 사우디와 대결한다고 여러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터키: [정치]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서,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주변국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케말리즘이라는 근대 이슬람의 희망인 사상을 갖고 있었으나, 에르도안 집권 이후 후퇴하는 추세.


정리하자면 이 정도다. 보다시피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그 양상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 주목하고 싶은 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다. 


이런 말하면 욕먹을 지 모르겠지만 저 국가들 중 제일 긍정적인 영향력을 투사하는 국가들은 양적으로는 미국, 질적으로는 EU다. 이들 국가들은 많은 과오를 저질렀지만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정치경제적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고, 서구적인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겐 그렇게 보일 것이다. 

반대로 제일 부정적인 영향력을 투사하는 국가들은 양적으로는 중국, 질적으로는 사우디 아라비아다. 일방적인 외교로 쓸데없는 반감을 사는 나라와, 종교 원리주의와 테러리즘 그리고 전쟁범죄를 조장하는 나라를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다. 


한국은 어디쯤에 위치했을까? 

한강의 기적이나 전자제품이나 K-pop 같은 걸 생각하면 긍정적인 쪽에 가깝겠지만, 최근 불거진 K-pop의 어두운 면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K-Beauty,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벌이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강국이 되었다. 한국의 위상과 평판을 지키고 향상시키려면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듯. 

  1. 노르웨이나 스위스처럼 EU 가입국이 아닌 유럽 선진국도 있으나, 절대다수는 상위 국제기관 EU의 결정 및 규약에 큰 영향을 받기에 편의상 EU로 통칭하겠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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