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포함해 40대 이상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데,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식이 있다. 

바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인식이다. 

나는 어른들에게서 "한국은 옛날엔 못살았고 한국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듣보잡 국가였는데, 이제 한국은 많이 잘살게 된 데다 많이 알려진 대단한 나라가 됐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봤다. 

사실 어른들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들이 어렸을 때 한국은 지금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못 살았고, 한국산 물품과 문화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순수 내수용(?)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도 별로 없었다. 가부장적 가치관, 가정폭력, 똥군기 등 문화적인 문제는 지금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된 현재 한국은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한국산 전자제품과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인이 유엔사무총장과 인터폴 총장 등 세계 방방곳곳에 진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여전히 부족하다곤 해도 문화적인 문제도 많이 개선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현재 위상은 전혀 당연한 게 아니다. 웃어른들과 자기 세대가 다들 노력해서 겨우 일궈낸 성과이다. 

반면 청년들은 한국의 현재 위상을 특별히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국이 못 살고 인지도 낮던 시절에 살아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컸을 때 한국은 이미 일본과 생활수준 차이가 별로 없고, 전세계에 영향력을 펼치며 문화적 문제도 어느정도 개선된 나라가 되었다. 그들에게 한국이 잘살고 전세계에 영향력을 펼친다는 건 상수이다. 

기성세대와 청년 간 세대갈등이 심하다고 한다. 아마 이 갈등 대부분은 가치관이나 청년들의 경제적 문제에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재 위상에 대한 평가 차이는 이 갈등을 격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한국 청년들에게 과거 어려운 시절을 기억하고,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음을 명심하라고 하는 건 꼰대짓임과 동시에, 자기들에게 경험도 없는 과거를 강요한다는 과거팔이로만 생각될 것이다. 안 그래도 현재 청년들은 취업난 및 불안정한 미래전망으로 한국 사회에 불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세는 있는 갈등만 크게 할 뿐이다. 

한국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어왔기에 세대 간 사회인식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뻔한 말이지만 서로가 살아온 삶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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