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행동은 결국 악일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 현실을 인정할 때만 더하고 덜한 악을 구분하고 그중 덜한 악을 택함으로써 이 죄 많은 세상에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 수 있다.
정치와 윤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과학도, 윤리도, 정치도 아니다. 권력을 택할 것인가 선행을 택할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잘 행동하라는 것은 결국 정치적 기술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정치적 지혜이다. 모든 정치적 행동은 악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은 도덕적 용기이다.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행동을 취하되 그 중 해악이 가장 덜한 행동을 택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이다. 정치적 지혜와 도덕적 용기, 그리고 도덕적 판단을 조합함으로써 인간은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운명과 도덕적 운명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와 같은 조화가 불편하고 불안하며 심지어 모순적인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은 결국 허울 좋은 조화에 만족하여 인간의 삶에 따르는 비극적 모순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Morgenthau, Hans Joachim. Scientific man vs. power politics. 1st ed.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6. (김태현 역, 『과학적 인간과 권력정치』. 파주: 나남, 2010, pp.259-260).
출처: http://sonnet.egloos.com/4632737
예전에 봤을 땐 현실세계의 잔혹함에 대한 냉소적 표현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일점일획의 가감도 없는 정확한 묘사다.
저런 말이 공감될 때가 오다니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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