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이야기/단순한 사변'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8.07.03 노동시간 단축, 제주 난민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 12
  2. 2018.02.16 스포츠 정신. 4
  3. 2018.01.28 종교근본주의의 한계. 6
  4. 2018.01.26 요즘 사회비평들 보면서 불만인 것. 6

지금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서구 선진국에는 이런 좋은 문화와 시스템이 있다. 그러니 한국도 따라하자!"는 레토릭이 잘 통했다. 한국 사회는 서구 선진국에 대한 갈망이 컸기에 이게 왜 좋은지는 잘 설명하지 않고, 그냥 "서구가 이렇다니 옳은 거다!"고만 해도 많이들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게 앞으로는 무조건 통하지는 않을 거다. 

이게 왜 좋은지 대중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더더욱.


서구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생활수준이 높고, 동성결혼 합법화라던가 개인주의 등 진보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구 선진국은 한국인들의 로망이 되었고, 이 로망은 대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물론 서구 선진국들도 과도한 복지비용, 불평등의 확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갈등처럼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때는 사회문제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이었다. 그리고 정보통신이 덜 발달했던 시기였기에, 이런 문제가 한국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관련자들이 의도적으로 관련 정보를 숨길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서구사회에서 2008 세계 금융위기, 남유럽 금융위기,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등 포퓰리즘 유행, 유럽 난민 사태, IS의 연속 테러 등등 많은 사건들이 터졌다.

서구사회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워낙 큼지막한 사건들이기에 엘리트들이 더 무시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 사용이 더 자유로워졌기에, 이를 숨길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는 서구의 진보적으로 여겨지는 정책이나 가치들을 예전처럼 마냥 좋게 볼 수 없다. 


짧은 노동시간은 임금 감소 및 투잡의 활성화, (일찍 문 닫는 가게들 속에서의) 불편한 일상생활이라는 댓가를 치른다. (이 현상은 노동시간 단축하는 한국에서도 일부나마 나타난다)

서구식 복지국가는 많은 비용을 초래하며,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지속되기 어렵다.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극좌-극우를 유행시키는 문제를 불러왔다.

이민과 난민 유입(특히 무슬림)은 경제 및 사회문화적 갈등을 필연적으로 일으킨다.


거기에 한국은 최근 부패 정치인 박근혜를 평화적으로 탄핵시켰다. 이런 평화적인 운동은 포퓰리즘이 유행하는 서구사회에 희망이 되기까지 했다.

어떤 면에선 한국이 서구 선진국보다도 잘 한 것이다. 그러니 서구가 무조건 한국보다 낫다는 말은 더 통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 사회는 과도한 위계질서나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과 같은 문화적 결함들이 있기에, 서구적인 문화나 가치를 더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한국인들의 서구적인 문화나 가치에 대한 갈망은 아직 죽지 않았다. 낙태나 동성결혼, 개인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인은 점점 서구인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옛날처럼 무조건적인 서구의 것 찬양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서구 선진국의 제도, 가치관, 문화를 도입하자고 한다면, 서구의 것이니 그냥 받아들이자고 하면 안된다. 

왜 이것이 한국에 필요한지, 한국에도 잘 적용될 수 있을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안 그러면 "서구에서도 실패한 걸 왜 갖고 들어오냐?"는 핀잔만 받을 테니까. 


그리고 오만하게 국민을 계도하려는 태도는 버리고, 더 안다고 생각하면 친절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라. 

그렇지 않으면 "니가 뭔데 아는 척이야"하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과 분노를 맛볼 것이다.



+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나 난민 및 이민자 수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내가 보기엔 한국인들이 이 개념들에 대해서 특히 적대적이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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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스포츠를 잘 보진 않는데, 평창 올림픽 기간이라 경기들을 보게 된다.

세계구급 선수들의 훌륭한 기량을 보면 즐겁고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다른 면에서도 감탄이 나온다. 


바로 스포츠 정신이다.


몇 년 동안 한 경기를 위해 죽어라 노력하는 정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전념하려는 정신. 

세상에는 나보다 훌륭한 선수들, 천재들이 많다는 걸 인정하는 정신.

부정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려는 정신.

불편부당함이 없는 한 결과에 승복하는 정신. 

좋은 결과를 낸 선수에게는 축하를, 실수로 아쉬운 결과를 낸 선수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정신.

훌륭한 챔피언이라도 방심하면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신.  

부상을 당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경기를 마치는 정신. 


경기에 나온 모든 선수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스포츠 정신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게 되니 더 와닿았다.

스포츠는 경기의 훌륭한 선수들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다.

 

윤리적인 면은 물론, 미학적인 면에서도 고결하고 아름다운 정신. 

나도 저런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신경이 많이 둔해서 스포츠랑은 상극인 인간이지만, 

스포츠 정신처럼 살아가고 싶어진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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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근본주의자들은 썩어빠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종교의 근원으로 돌아간다지만, 

자기 종교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시한다. 


특정 종교가 유행할 때의 교리는 그때 기준으로 진보적이었다. 

불교는 모두가 구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해탈할 수 있다고 가르쳤고(대승불교 기준이긴 하지만)

기독교는 예수를 통해 약자를 가련히 여기고, 남녀노소 모두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슬람은 여자도 남자와 평등하다는 주의를 펼쳤고, 

무함마드가 알라 최후의 선지자라고 가르쳐 유대교/기독교의 교리를 확장했다고 가르쳤다.

유교는 신분이 높다고 언행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는 엄격한 신분제, 가부장제, 부족주의 사회였던 고대사회에는 진보적인 사상이었기에,

많은 대중들과 약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슬람의 아내를 4명까지 가질 수 있다는 교리나 유교의 신분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교리 등 보수적인 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진보적인 교리였다. 

그 때엔 유력자는 아내를 수십수백명 가진 경우가 흔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극도의 탐욕을 부리고 약자들을 착취하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 가르침들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 

보수적이거나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지는 가르침들도 정말 많다. 

아내를 4명으로 제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 취해야 현대사회에 맞다. 

신분제 속에서 강자가 약자에 인의예지를 다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신분제 자체를 없애야 현대사회에 맞다.


종교근본주의자들은 종교의 근원에 담긴 진보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 근원을 추구한답시고 교리를 문자 그대로 추구함으로써,

과거에는 진보적이었을지 몰라도 현재엔 시대착오적이고 억압적인 사상을 만든다.

그렇게 종교는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오직 엄숙함과 억압성과 배타성만 남는다.


이것이 종교근본주의자들이 오래 갈 수 없고, 타 부류에겐 그저 미친 놈들 취급 받는 이유이다. 


* 수정: 오더즈님의 지적 받고 일부 수정합니다. 명료하지 않은 내용이 좀 있어서 부연설명했습니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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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실만 나열해도 충분히 깔 수 있는 사안을 

왜 굳이 과장,왜곡 심지어 조작하면서 까는 풍토다.


한국 노동시간 긴 거 솔직히 사실이다.
실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취업 쉽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었던 80~90년대를 그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여자라는 이유로 겪는 불합리한 불이익이 있는 거 맞다.
한국 자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한국 현역병에 대한 처우 솔직히 너무 열악하다.

이런 테제들은 통계와 사례들로도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런 사회문제들 비판하는 덴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깔 거 무궁무진하다.
신빙성 있는 근거로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비판할 수 있다. 
이렇게 까도 사람들 많이 공감할 것이다.


왜 이런 문제들을 굳이 과장, 왜곡, 조작하면서까지 까야하냐고.


외국엔 장시간노동이나 야근이 '아예 없다'고 하질 않나.
현재 생활 수준이 80/90년대보다도 낮다고 하질 않나.
한국의 여성인권이 인도보다도 낮고, 임금격차 36% 전부를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덜 받는다'고 해석하질 않나.
한국 자살률이 높은 걸 청년 실업으로 해석하질 않나.
타 징병제 국가들은 죄다 최저임금 맞춰주고 병영부조리가 없다고 하질 않나.
(참고로 위 다섯 주장은 모두 '확실히' 틀렸다)


더 웃긴 건 저 주장들의 과장, 왜곡, 조작을 지적하면 
'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쓰잘데기없는 트집이나 잡는 놈'으로 취급한다는 거다.
그리고 내 의도를 왜곡한 맹렬한 비난들이 이어진다. 
심지어 나는 저 주장의 큰 틀에는 동의하는 사람인데도 비판을 거부하는 셈이다. 


아마 주장을 자극적이고 주목 잘 받도록 만드려고 이러는 것 같은데.
과장, 왜곡, 조작이 일상시되는 풍토는 비평의 수준을 낮춘다.
어쨌든 당신들이 이야기한 건 '사실'이 아니게 되니.
그러다보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논쟁이 아닌,
주장의 사실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만 촉발시킨다.

원래 사회 비평의 의도와는 백만광년 멀어진 반응이다.
이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반응이었는가?


요즘 사회비평 글들은 이런 식의 글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딴식의 헛소리를 자꾸 접하다보니 점점 짜증이 쌓인다. 

당신들의 과장, 왜곡, 조작하는 태도는 사회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발 자중하길 부탁한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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