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재의 미흡한 친환경 기술을 서둘러 보급하면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 프로그램은 2050년까지 독일을 탄소 기반 연료에서 완전히 졸업시키도록 설계된 정책이고,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은 발전 용량이 40기가와트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론적으로는 통상적인 전기 수요를 거의 모두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용량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지리적으로 높은 위도에 위치해 있고, 구름이 걷히는 때가 거의 없으며, 해가 나는 때가 거의 없다. 이 많은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기는 독일 총수요의 6퍼센트에 불과하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 시설을 대중이 우려한다는 이유로 폐쇄하고 있고, 지정학적 이유로 천연가스 연소 발전소를 줄이고 있다. 그러면 풍력 발전(장소 선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이상 개발할 지역이 동났다), 그리고 석탄 연소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은 독일에서는 대체로 불가능하므로 석탄과 갈탄(축축하고 질이 낮으며 독일에서 생산되는 석탄으로서 그 어떤 연료보다 높은 탄소 족적을 남긴다)이 현재 독일 전기 총수요의 42퍼센트를 생산하고 있다. 석탄/갈탄 연료 발전소를 가동하거나/가동 중지하려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발전소들은 어쩌다 독일 전역에 깔린 태양광 패널이 가동되는 날에도 계속 연료를 태워야 한다. 그 결과 독일은 태양광 발전으로 탄소 배출량을 거의 줄이지 못했다. 2007-2009년 경기 침체가 없었다면, 에네르기벤데 프로그램 때문에 오히려 탄소배출량은 증가했을 것이다. 

- 피터 자이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홍지수 역, 김앤김북스, 2019, p.511 

독일 탈원전의 폐해는 한국 탈원전 정책 논의과정에서 어느정도 알려진 것 같은데, 에너지정책 전반이 이 정도로 문제있을 줄은 몰랐네. 디젤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이었나.

확실히 한국에선 독일이 친환경국가라는 선입견이 강하구나. 나도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니.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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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안그래도 출산율 추락으로 우울한데 진짜 짜증나게 만드네.


https://www.ppomppu.co.kr/zboard/zboard.php?id=freeboard&no=6182160&extref=1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재는

 

한국의 급격히 낮아지는 출산율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넘어서고 일반적인 통계학을

 

따질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라고 우려를 표했다.


출처도 없어서 위 구절을 정말로 한 게 맞나 검색해봤더니 출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검색해서 나오는 건 죄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펌글이고, 그나마 있는 뉴스사이트 하나는 공신력 없는 듣보사이트라 인터넷 반응 베껴 올린 걸수도 있고... 

실제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가짜뉴스이다. 문단 띄어쓰기부터 뭔가 이상하게 돼 있고..  


여담이지만 나탈리아 카넴은 한국의 인구구조가 유례 없이 급격하게 변했다고 할 뿐, 그 이상의 표현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한국의 급격한 발전을 칭찬한 적도 있었다. 



https://www.fmkorea.com/1452997397

확실하진 않지만 위도 출처를 찾을 수 없어 주작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학술적인 문서를 찾아볼 급의 사람들이 정확한 출처를 안 밝힌다는 게 이상하다.  



https://www.fmkorea.com/1499262009

위 글은 아예 동명의 사이트에서 주작이라 결정났고,

https://www.fmkorea.com/1499574087 





진짜 출생아 수나 출산율이 어찌될지 궁금하면 차라리 오늘 발표된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봐라.




물론 한국 출산율이 재앙 수준인 건 부정 못하고, 저런 말이나 예측이 실제로 있었어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저런 소리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와 누가 실제로 저런 말을 했다는 건 천지 차이이다. 

이런 게 바로 가짜 뉴스다. 


인용문이나 캡처짤이 출처 없이 돌아다닌다면 가짜뉴스일 확률이 높다.

원문을 검색해서 찾을 때까진 일단 판단을 유보해라.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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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주요 강국들은 미국, 유럽 선진국들(혹은 EU)[각주:1],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터키 정도다. 한국도 포함될 지 모르지만 일단은 빼보자. 

이들 국가는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까? 일단 정치-경제-문화-가치관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 안은 주로 영향력을 끼치는 분야이다. 


미국: [정치/경제/문화/가치관 모두] 세계 최강대국이며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서 시장경제를 세계에 퍼트리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한다는 사명을 띰. 그러나 독단적이고 오만한 태도와 실책으로 수많은 반미국가들을 양산해 옴. 

EU: [정치/경제/문화/가치관 모두] 미국과 비슷하나 총체적인 영향력은 미국보다 적으며 반감정도 덜함. 그러나 일단 관계를 맺으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미국보다 더 강조함. 

러시아: [정치/문화] 역사와 사회적 유산을 바탕으로 구 소련권에 영향력을 행사함. 중국보다는 나으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지 않음. 타국 부분 합병, 간첩질, 대리전 참전, 사이버 정보전 등 비재래적인 국제정치 수단을 많이 사용함. 

중국: [정치/경제] 미국 다음의 최강대국으로 경제/군사적인 영향력이 주이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유라시아에 영향력을 뻗치려 함. 미국/EU와 달리 악명높은 독재국가라도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지 않으며, 심지어 중국은 서구와 다르다면서 대놓고 거부하려 들어 서구와 마찰을 빚음. 문화 콘텐츠나 가치관의 측면에선 국력에 비해 매우 빈약하며, 과도한 민족주의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로 주변국의 반발을 많이 사고 있음. 

일본: [경제/문화] 경제력,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음.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나 미국과 EU처럼 앞서서 요구하지도 않음. 그러나 군대가 없고 미일동맹의 영향력이 커서인지 정치/군사적인 영향력은 국력에 비해 초라한 편. 과거사로 인해 타 아시아 국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더더욱. 

인도: [정치/문화] 파키스탄과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함. 서구와 많이 이질적인 힌두(+이슬람) 문화를 가졌으나, 형식적으로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처럼 서구와 충돌하지 않음. 발리우드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흥하나, 힌두교도는 남아시아 밖에 거의 없기 때문에 힌두교 소프트파워는 확장성이 떨어짐. 

사우디 아라비아: [정치/경제 일부/가치관] 세계 (수니) 이슬람의 종주국. 석유로 유명한 국가이다. 친서구 스탠스라곤 하지만 억압적인 왕정 독재국가이며, 원리주의적이며 구태스러운 와하비즘의 국가이다. 이런 와하비즘을 전 세계의 모스크나 재단을 통해 퍼트리고 있으며, 시아 종주국 이란과 대결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테러리즘을 지원하며 여러 내전에 개입한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 [정치/경제 일부/가치관] 세계 시아 이슬람의 종주국. 천연가스, 석유 등 천연자원이 많이 난다. 사우디보다야는 낫지만 종교적 폭정이나 독재정치가 무시못할 급이고, 시아파 종교 원리주의를 확산하며 사우디와 대결한다고 여러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터키: [정치]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서,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주변국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케말리즘이라는 근대 이슬람의 희망인 사상을 갖고 있었으나, 에르도안 집권 이후 후퇴하는 추세.


정리하자면 이 정도다. 보다시피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그 양상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 주목하고 싶은 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다. 


이런 말하면 욕먹을 지 모르겠지만 저 국가들 중 제일 긍정적인 영향력을 투사하는 국가들은 양적으로는 미국, 질적으로는 EU다. 이들 국가들은 많은 과오를 저질렀지만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정치경제적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고, 서구적인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겐 그렇게 보일 것이다. 

반대로 제일 부정적인 영향력을 투사하는 국가들은 양적으로는 중국, 질적으로는 사우디 아라비아다. 일방적인 외교로 쓸데없는 반감을 사는 나라와, 종교 원리주의와 테러리즘 그리고 전쟁범죄를 조장하는 나라를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다. 


한국은 어디쯤에 위치했을까? 

한강의 기적이나 전자제품이나 K-pop 같은 걸 생각하면 긍정적인 쪽에 가깝겠지만, 최근 불거진 K-pop의 어두운 면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K-Beauty,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벌이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강국이 되었다. 한국의 위상과 평판을 지키고 향상시키려면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듯. 

  1. 노르웨이나 스위스처럼 EU 가입국이 아닌 유럽 선진국도 있으나, 절대다수는 상위 국제기관 EU의 결정 및 규약에 큰 영향을 받기에 편의상 EU로 통칭하겠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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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책임이 덜한 개발도상국이 제일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 최근에 서평을 쓴 『팩트풀니스』에선 개발도상국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곤 했는데, 편의상 관례대로 선진국-개발도상국 분류를 쓰겠다. 편하게 이 글에 나오는 1-3단계를 개발도상국, 4단계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자. )

 

나는 기후 변화로 인류 문명이 붕괴된다는 극단적인 예측엔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부족하게나마 있는 데다, 과학기술이 발달해 그 피해를 상쇄할 거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선진국들은 그렇다.

물론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날씨가 일상화되고, 식품값 폭등이 잦아지는 정도의 불편함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라고 하면 못 할 건 없는 수준이라고 본다. 온실효과를 차단하는 노력과 동시에, 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지 별 수 있겠나.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다르다. 그들은 기후가 변화하면 기아나 내전으로 국가 기반이 붕괴되는 대재앙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몇 분쟁국가나 최빈국에선 문자 그대로 문명이 붕괴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본다. 현재 시리아 내전도 기후변화로 가뭄이 만성화되면서 농촌이 붕괴되고 도시에 사람이 몰리게 되어 생긴 삶의 질 저하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rmless.egloos.com/3499833 참조.) 아직 평균기온이 1도밖에 안 올랐는데 벌써 내전으로 붕괴된 나라가 발생했다. 더 올라가면 얼마나 많은 국가가 분쟁에 휘말릴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 선진국들은 싱가포르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냉대-온대기후에 위치하여 상대적으로 좋은 기후조건을 가졌다. 어지간히 기후가 변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못 사는 지역이 될 일은 없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건조기후나 열대기후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지역에선 조금의 기후 변화도 거주지를 사람 못 사는 지역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 개발도상국들은 생활수준이 낮고 축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 

 

- 개발도상국들은 부족/인종 갈등, 종교 간 충돌, 빈부격차, 국민의식의 부재 등으로 잠재적 갈등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높으며, 이를 피 흘리지 않고 해결할 사회적 합의/시스템은 더더욱 부족하다. 그렇기에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큰 사회적 격변이 벌어질 수 있다.

 

-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못 사는 나라 한정이지만, 출산율이 높아 인구가 폭증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의식주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기후변화로 식량/수자원이 부족해지기라도 한다면 문자 그대로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화석연료를 낭비할 여력이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최근에야 낭비하기 시작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없거나 적다는 사실이 결부되면 위 비극은 더 심각해진다. 

 

 

제발 내 우려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화석연료 낭비하는 선진국이야 기후변화로 대재앙을 맞아도 '이기심의 대가를 치른다'는 도덕적 합리화라도 가능하지, 화석연료라는 문명의 이기도 누리지 못하다 선진국과 같은 지구에 산다는 이유로 대재앙을 맞는 개발도상국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 그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선진국들을 저주한다면 우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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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쓴 『팩트풀리스』 리뷰


위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A나 B 중 하나로만 보는 간극 본능을 가졌기 때문에, 세계를 자꾸 선진국 vs 개발도상국의 구조로만 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지구촌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내부에서도 생활수준의 격차가 크고,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보건, 생활수준 격차는 크게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1인당 소득수준(2011년 달러 기준)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세계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하루 2달러 미만             하루 2~8달러              하루 8~32달러          하루 32달러 이상


       약 10억 명[각주:1]                약 30억 명[각주:2]                  약 20억 명[각주:3]           약 10억 명[각주:4]


       절대빈곤층 레벨.      절대빈곤을 막 벗어난 레벨.        중산층[각주:5] 레벨.          선진국 레벨. 




참고로 국가별 등급 현황은 다음과 같다.[각주:6]





한국은 역시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4단계에 위치해 있다. 

중국은 3단계, 인도는 2단계, 북한은 아시아 꼴찌로서 1단계(....).


다만 4단계에 터키나 러시아가 있는 걸 보니 느슨한 선진국 기준인 듯?

 

보면 알겠지만 인구규모 어느정도 되면서 선진국인 나라 자체가 드물다.

30-50 클럽이란 말이 낯간지스럽긴 하지만 자랑스러워할 성과이긴 한 듯.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부터 4단계에 있었을까? 


https://www.gapminder.org/tools/#$chart-type=bubbles에서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경제발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971년까지는 1단계, 

1972년 - 1986년까지는 2단계, 

1987 - 2003년까지는 3단계

2004년부터는 4단계다.


즉 이 지표로 한국은 2004년부터 선진국인 셈. 




신기하게도 위 시대별 분류가 한국의 사회상과 꽤 맞아 떨어진다.


일단 한국이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선 1972년




계속 올라가던 1인당 칼로리 섭취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안정되기 시작했다. 

음식의 질은 몰라도, 양적으로 배고플 무렵은 그 무렵 끝났다는 뜻.



그리고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라갈 1987년엔 



다들 알다시피 민주화 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다. 


물론 간선제 상황에서 전두환 임기가 끝나가는 데 맞춰 벌어진 운동이니 우연이긴 하다.  

하지만 우연이라고만 보기엔 많이 신기하다. 

위 각주에서 말했듯 민주화 필요조건이 3단계 이상 생활수준에 해당하는 중산층 형성인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고 3단계에서 4단계로 올라간 2004년, 정확히 2004년은 아니었지만 이 무렵이었다.


스타벅스가 유행하면서 '왜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냐'는 식의 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커피나 몇품 등으로 사치부리는 여자를 일컫는 '된장녀'라는 멸칭이 유행어가 되었다.

생활수준이 선진국에 도달하면서 소비 문화가 발달했는데, 국민 의식은 소비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생긴 촌극이다.


현재는 위와 같은 비아냥이나 조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식의 소비패턴에 익숙해졌고, 소비문화가 더 발달하면서 비싼 커피와 대비되는 싼 커피도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으로 세계를 네 단계로 나누는 건 재미있으면서도 설명력이 높은 좋은 지표인 것 같다.

이런 지표에 근거한 사회분석이 많이 나왔으면.

  1. 정확히는 8억명. [본문으로]
  2. 정확히는 37억 명. 반올림하면 40억 명이 되야 하지만, 그러면 10억명 단위로 반올림했을 때 네 단계 합이 80억이 나온다. 사실 현재 인구가 70억을 넘어 80억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세계 인구가 70억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혔다보니 이렇게 냅둔 듯. [본문으로]
  3. 정확히 20억 명. 10억 명 단위로 할 때와 같다 [본문으로]
  4. 정확히는 8억 명. [본문으로]
  5. 선진국 내부에서의 중산층을 생각하면 안 된다. 1단계부터 4단계를 망라하는 지구촌 전체에서의 중산층을 의미한다. 흔히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말하는 '중산층 형성'에서의 중산층은 이런 의미다. [본문으로]
  6. 원랜 저작권 문제로 저자가 따로 만든 사이트https://www.gapminder.org/에서 퍼오려 했으나, 전세계를 한눈에 보기엔 부적합해서 그냥 책을 촬영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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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수자원(water)을 두고 이웃나라들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국의 영토 안쪽에 존재하는 티베트 고원은 세계에서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면 담수 보유량이 3위의 지역이다. 실제로 티베트는 "제3의 극"이라고도 불린다. 티베트는 아시아를 흐르는 대형 강들인 브라마푸트라강, 이라와디강, 메콩강, 사르윈강, 수틀레지강, 양자강, 황하 등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 강들 중 대부분은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고 있으며 수백 만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중국 정부는 이 강들이 흐르는 방향을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동쪽과 북쪽으로 바꾸는 데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를 위해 중국은 운하, 댐, 관개시설과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이들 계획은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아직 강물의 흐름을 심각한 상태로 바꿔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그러한 행동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강들의 하류에 있는 중국의 이웃나라들은 자기 나라를 흐르는 강물의 수량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이는 그들의 경제 및 사회를 파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서 중국은 브라마푸트라강의 흐름을 북쪽으로 향하게 해서 황하와 연결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되는 경우 인도와 특히 방글라데시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메콩강의 흐름도 바꾸려 하는데, 그럴 경우 동남아시아 국가들인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이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티베트 고원에서 연원한 강물의 물줄기를 바꾸려는 중국의 노력은 일방적인 것이며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야기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 등의 설치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물이 점차 희귀한 자원이 된다는 현실에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는 중국과 이웃나라들 사이의 전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 존 J. 미어샤이머,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 미중 패권경쟁의 시대』, 이춘근 역, 김앤김북스, 2017, p.501-502.



참고) 


부라마푸트라강




메콩강





티베트에서 발원하는 브라마푸트라 강을 멀리 있는 황하로 연결시키는 게 가능할지는 둘째치고,  

자국을 위해서라면 주변국 국가기반을 문자 그대로 말려죽이려 안달이 낫구나.


중국 너 참 대단하다.

저런 마인드로 외교정책을 펴니 미세먼지 문제에도 뻔뻔하게 나섰겠지.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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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연속으로 미세먼지가 나쁨/매우 나쁨을 기록한 기념으로 썼다.

한국에 미세먼지가 정말 심해졌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은 있으나, 적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미세먼지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보통 언급되는 책임은 이 두 국가다.
1. 한국
2. 중국
실제로 논쟁도 1,2 사이에서 제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니, 이 둘 말곤 미세먼지 논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개인적으론 이 두 요인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전문가들을 포함해 이미 많은 사람이 숟가락 얹은 주제고, 쓸데없이 감정적으로 과열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다. 1,2간 논쟁만 봐온 사람들은 의외라 여길지도 모르는 책임대상들이 바로 그것이다.

3. 제3의 국가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 싶은 국가는 북한이다. 실제로 한 저명한 연구에선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발 52%, 중국발 34%, 북한발 9%라 분석했다. 물론 북한은 한국과 중국보다는 훨씬 작은 비중을 차지하나, 북한발 요인도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해야한다.

굳이 북한 문제를 언급한 건, 북한발 미세먼지 문제는 향후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북한이 비핵화에 성공하고 중국, 베트남의 길을 걸어 산업화에 들어설 경우, 북한은 현대 중국이 그래온 것처럼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물론 현재 북한의 미세먼지는 극단적 빈곤으로 인한 낙후된 난방시설, 삼림 파괴 등이 큰 요인이기 때문에, 산업화되면서 이 문제들은 개선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확신까진 못하겠다.

이 시나리오에선 밑에서 말할 풍속, 풍향이 어떤지가 북한발의 비중을 결정할 핵심이 될 것이다.


4. 그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요인
뭔 뚱단지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책임자를 지목해보라 하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온난한 날씨, 풍속 감소로 인한 정체된 대기, 비 안 오는 건조한 날씨는 봄겨울의 미세먼지를 심하게 하는데, 현재 기후변화로 세 현상 모두 발생하고 있다. 경험으로 다들 암묵적으로나마 아는 사실이지만, 최근 사회문제화된 미세먼지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듯.

실제로 네이쳐지에 실린 한 연구에선 한국의 최근 몇 년간의 대기질 악화는 풍속이 낮아져 공기가 정체됐기 때문이라면서, 풍속만 낮아지지 않았더라도 대기질은 과거에 그랬듯이 계속 개선됐을 것이라 한다.

만약 이 기후변화 요인이 크다면 미세먼지 해결은 매우 골치아파진다. 글로벌화와 산업화로 전세계가 모두 책임이 있는 문제를 일개 중견국가 한국이 어떻게 해결을 이끌 것인가? 당장 세계 최강국 미국만 해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간이 대통령이랍시고 날뛰고 있는데.


미세먼지 문제는 정말 많은 게 꼬인 문제 같다. 1과 2는 대중적 인식이나마 있고,  확실한 책임대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나 국제적 협조만 있으면 그나마 해결이 가능하다. 사실 이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나마 쉬운 문제다. 그러나 3,4는 대중적 인식조차 없고 인식이 있다 해도 어디서부터 건드려야할지 모르는 문제라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냥 저 미세먼지들을 들이마시는 방법밖엔 없는 걸까.
갑자기 좀 우울해진다.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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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out.com/news-opinion/2019/2/19/trumps-plan-decriminalize-homosexuality-old-racist-tactic?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news-opinion


트럼프 정부가 '동성애자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처형하는 국가들'을 규탄하고 

동성애 행위를 비범죄화하라고 압박했는데,


그걸 동성애에 우호적인 잡지에서 인종차별주의적 행위라 비판함.









글 자체도 걸작이지만, 글의 세부적인 내용은 더 걸작이다.


There are several signs that this decision is denoted in a colonial sense of paternalism rather than any true altruism. According to the report, the decriminalization campaign is set to begin in Berlin where LGBTQ+ activists from across Europe will meet to hatch a plan that is “mostly concentrated in the Middle East, Africa, and the Caribbean.

이 결정이 진솔한 이타주의라기보단 식민주의적 성향을 띤 후견주의로 해석되는 여러 신호가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동성애) 비범죄화 캠패인은 베를린에서 시작되며 그곳에서 유럽 전역의 LGBTQ+ 활동가들이 계획을 꾸몄는데 이는 "중동,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에 주로 집중되었다.


왜 중동, 아프리카, 카리프해에 집중되었을까?
일단 동성애자들이 형사처벌되는 나라/지역이 어딘지 알아보자.


그만 알아보자.






비서구권의 동성애 인권에 관심이 없을 순 있는데, 그걸 넘어 동성애 인권 증진 시도를 인종주의적이라니, 식민주의적이라니 비판하는 걸 보니 머리속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니네들은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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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간 유지된 헤게모니가 전방위적으로 붕괴되면서 생긴 무질서가 아닐까.


당장 한국만 해도,


1. 현행 방식의 징병제에 대한 저항이 극심해짐 


2. 주류 정치인들의 수준 저하와 사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한 정치권과 관료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 정치혐오야 고래부터 있어온 현상이지만, 그래도 예전엔 관료엘리트에 대한 충성심과 믿음은 있었는데 이젠 이마저도 붕괴되는 느낌.


3.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다는 믿음의 붕괴


4. 혈통적인 단일민족주의의 붕괴


5. 기성 성역할,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패러다임의 붕괴


6. 기술 수준이 올라가고 문화 컨텐츠의 발달로 인한 공통의 대중 문화라는 개념의 붕괴


7. 수도권-지방격차 심화와 이에 대응한답시고 만드는 지방분권으로 인한 중앙집중적 국민의식 붕괴


8. 박근혜의 몰락으로 말미암은 박정희주의라는 시민종교의 붕괴


9. 한국의 국가 위상이 올라가고 서구 선진국과 일본이 몰락하면서, 더 이상 서구 선진국과 일본을 '추앙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음. 


등등.... 붕괴중인 구조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국제정치도 그러하다. 


1.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비서구사회가 부상하면서 서구사회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됨.


1-1. 미국이 점점 고립주의적인 정책을 씀. 심지어 이게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지속적인 현상이었다는 의견도 존재함.


1-2. 이로 인해 세계가 서구식 민주주의, 인권만이 답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함.


2. 세계화가 경제적이든 사회문화적이든 여러 부작용을 낳음.


2-1. 이민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인, 정체성으로서의 혼란 -> 민족주의, 정체성 정치의 활발화.


2-2. 서구 선진국의 빈부격차 가속화. 


2-3. 초국가적 기구들(EU, NATO, WTO 등)의 영향력을 국가들이 갈수록 내정간섭으로 여기고 있음.. 

 

3. (2와도 관련되지만) 2008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음. 몇 년 안에 금융위기가 재발한다는 예측도 있는데, 그게 정말 현실화된다면 세계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대혼란에 빠질 것임.


4. 기후변화 문제가 있다. 개발도상국이나 열대/건조지역 국가들은 자칫 국가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



국내든 국제든 무질서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인데... 이 무질서가 어디로 향하고 어떻게 해결될지 감이 안 선다.

문제는 역사가 여러차례 증명했듯 어떤 질서든 간에 붕괴되어 무질서가 되면 크나큰 혼란이 발생하며, 혼란을 해소할 새로운 질서가 괜찮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론 새 질서가 유토피아일 가능성보단 디스토피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물론 두 가능성 모두 높진 않고, 제일 높은 가능성은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세상이지만. 


최소한 내 가족이나 나라만이라도 난리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를 바라는 수밖에.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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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논쟁에서 개인주의 편이다. 집단주의가 개인을 억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일부 존중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깊게 뿌리박힌 네트워크적인 삶은 서로를 피곤하게 하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불러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인주의를 자처하는 이들은 왜 한국인이 집단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하며, 집단주의를 단순히 '개인보다 집단 중시한다' 같이 윤리적인, 사회철학적인 수준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문제는 윤리, 사회철학의 수준을 넘어선다. 집단주의적인 한국인과 개인주의적인 서양인들의 차이는 근본적인 인식론적 세계관의 차이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여러 사고의 근원이 되는 기초적 사고방식 자체가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과 서양인들의 윤리나 사회철학도 거기서 파생되어 달라지게 되었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테니, 자세한 내용은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7863를 보라고만 하겠다. 

여기선 위 글에 나온 한 유명한 사례만 들어보자.






"당신은 닭, 소, 풀 중에서 두 개를 묶으라 하면 어떻게 묶으시겠습니까?"



여기서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소와 풀을,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닭과 소를 하나로 묶는다. 

동양인들은 소가 풀을 먹는다는 '관계, 맥락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서양인들은 닭과 소는 같은 동물이라는 '범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는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에서 나온 유명한 실험이다. 간단한 일 하나에도 드러낫듯 서양인과 동양인은 기초적인 인식 방식 자체에 차이가 있다. 그러니 도덕, 윤리, 철학은 얼마나 다를까?


한국의 개인주의자들은 위 책 『생각의 지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집단주의가 왜 못마땅한지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일단 집단주의적 가치관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가이드라인을 잡는 데 매우 좋은 논점을 제공할 것이다. 



+ (정정) 실수로 닭을 양으로 써서 수정했습니다. 글을 먼저 쓰고 사진을 나중에 쓰다보니 이런 황당한 실수가..;;

Posted by 유월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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